영화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중국이 한류 막는 이유는…”

한동훈
2024년 02월 24일 오후 2:27 업데이트: 2024년 02월 24일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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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으로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비롯해 현대사에 관한 평가와 교육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김덕영 감독.

앞서 지난해 11월 말, 그는 ‘건국전쟁’ 비공개 시사회 후 가진 에포크타임스(영문판) 탐사보도 전문기자 조슈아 필립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류를 차단하는 이유’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공산전체주의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 문명이냐, 자유민주주의 리더인 미국이 이끄는 해양 문명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과거의 선택이 옳았는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또 한 번 갈림길 앞에 섰다.

한류에 관한 김 감독의 인터뷰는 공산주의 세력의 침투에 맞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문화이며, 세계인을 매료시킨 한류가 중국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국의 힘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에 에포크타임스는 뉴스로 나갔던 부분 외에 공개하지 않았던 김 감독과의 인터뷰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이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한류, 中 청년들에 ‘빅뱅’…공산당 세뇌교육 무력화

“(중국이) 한류에 대해 굉장히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위기감이) 정치적, 역사적 부분과 관련 있다는 것이죠.”

김 감독은 지난 2021년 3월 ‘동북공정’ 논란 끝에 2회 만에 조기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예로 들어, 한류 확산에 위협을 느낀 중국 공산당은 드라마를 통한 역사 왜곡으로 한류의 힘을 약화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한국 사회가 안방극장까지 침투한 동북공정에 격렬히 반응했고, 이는 현재 문화 분야에서의 양측 간 충돌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한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것이죠.”

김 감독에 따르면 소위 중국의 샤오펀훙(小粉紅·중국 공산당에 세뇌돼 격앙된 정서로 공산당을 대변하는 중국 청년층)은 강하게 이념을 주입당했지만, 동시에 굉장히 디지털화된 세대다.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 사용과 게임, 디지털 영화 등에 매우 친숙하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은 교육, 그것으로 인해 ‘중국이 최고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지배해야 한다’는 그런 관념들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들은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 신선한 것, 한류 같은 것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보니 암시장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접촉한) 유튜브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몰래 봅니다.”

“현재 중국의 청년 세대 내부에서는 이 두 가지(공산주의 이념과 한류)가 충돌을 일으킵니다.”

김 감독은 한류에 담긴 한국의 자유·민주적 가치가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공산당이 주입한 이념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김 감독이 중국의 한류 차단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중국 말 안 듣는 한국·한국문화, 공산당에 눈엣가시

그는 한류가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일으키는 작용을 ‘빅뱅’이라고 표현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한류·한국문화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위험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사고, 자유, 개인적이고 사생활을 강조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중국의 집단주의, 공산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거든요.”

“이런 것들(한류)이 계속 밀고 들어왔을 때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산주의가 세계를 장악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희망이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그렇기 때문에 한류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죠.”

김 감독은 이러한 한류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로 주권국가로서 한국의 독립성, 자율성에도 주목했다. 중국이 자국에서는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를 검열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에 오늘날 세계에서 환영받는 한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한류를, (중국 공산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좀 운영하고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데, 한국이 말을 듣나요?”

김 감독은 공산주의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과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문화예술계가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신념도 언급했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다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할 때 불법 행위가 일어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영화 제작과 관련해 중국 측 관계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내가 만약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그 이상의 것들도 나는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라며 진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떳떳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영화인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을 계속 추구할 겁니다…자유, 민주주의, 인간성, 진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재수첩] 70년 전 건국전쟁, 오늘날 문화주권 전쟁

김 감독은 이날 조슈아 필립 기자와 영화 ‘건국전쟁’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70년 전 한국의 건국전쟁이 정치와 사회 분야를 주요 전장으로 했었다면, 미래를 위한 오늘날의 전쟁은 이제 진실을 전달하고 알리는 미디어와 문화 분야로 그 전장이 옮겨졌음을 알 수 있었다.

에포크타임스는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을 볼 수 없는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같은 ‘문화주권을 둘러싼 전쟁’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여러 차례 보도해 왔다.

이번 인터뷰 역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한 취지였다. 총알과 포탄이 빗발쳤던 전장에서 공산주의에 맞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던 한국과 미국이, 이제 펜과 카메라를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 새로운 협력을 다짐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