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45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의 전기요금이 미국의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친환경 정책’을 추진한 결과이자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미국의 전국 평균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에 17센트였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전기요금은 1kWh에 28센트, 샌프란시스코는 35센트였고 샌디에이고는 무려 48센트에 달했다.
서던캘리포니아뉴스그룹의 칼럼니스트인 수잔 셸리는 최근 영문 에포크TV ‘캘리포니아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는 그들이 정한 ‘모범적인 기후행동’이라는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지구 전체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으로 인해 결국 주민들만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관리청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2023년 6월 전기요금은 전년 같은 달보다 약 19% 인상됐다.
셸리는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 및 기타 전기 장비의 판매 증가로 인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캘리포니아주의 전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약 20%가 전기자동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5년 전보다 20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셸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전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 부족이나 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자 주정부는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량을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가 떠 있는 낮에 전기를 많이 쓰도록 권하고, 반대로 해가 진 저녁이나 밤에는 전기를 적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주민들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은 저녁 시간대다. 퇴근 후 집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전기자동차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인데, (주정부는) 이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1년 내내 여름이고, 온종일 낮인 행성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일갈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약 35%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그 비중을 더욱 늘려 2045년까지 100%를 달성하겠다는 게 캘리포니아주의 목표다.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원자력 및 가스 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가스 발전소는 2009년에 단 3곳만 남고 모두 폐쇄된 바 있다. 마지막 3곳도 2020년에 폐쇄될 예정이었지만, ‘비상사태 대비’를 이유로 폐쇄가 두 차례 연기됐다.
셸리는 “오히려 이것이 전기요금을 오르게 하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의 관련 법에 따라 전력회사는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공급업체와 10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가스 발전소와는 단기 계약만 체결하고 있어 전기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라며 “공급 및 가격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연방 규제당국은 캘리포니아주가 전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 주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인 ‘디아블로 캐년(Diablo Canyon)’이 계속 가동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에 따라 디아블로 캐년의 첫 번째 원자로는 2024년 11월까지, 두 번째 원자로는 2025년 8월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디아블로 캐년의 두 원자로는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생산량 가운데 약 9%를 담당하고 있다.
셸리는 “원자로 가동의 단기 연장도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원자력 및 가스 발전소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요금 인상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경제를 망치고, 일자리를 줄이고, 가계 부담을 늘리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