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협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지난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의 정상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이런 대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왓슨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정확히 언제 열릴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인 4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당국자와 동맹국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북·러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부의 임수석 대변인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와 관련된 협력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반도 정세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왓슨 대변인 또한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 약속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기 거래를 위한 비밀 협상
앞서 지난달 30일 백악관은 북·러 간 무기 거래와 관련, “러시아가 북한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계획인) 다양한 종류의 군수품을 상당량 제공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 방위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원자재 제공도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북한이 지난해 말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공급한 점을 거론하며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추가 군수품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쇼이구 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뒤 김정은과 푸틴이 서한을 교환하고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에 따르면, 북한은 이후에도 또 다른 러시아 관리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무기 거래에 대한 후속 논의를 이어갔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은 다양한 정보 수단을 통해 상황을 계속해서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한 또는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식별하고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방위 협력 강화
북한과 러시아는 그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양국은 방위협력을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 쇼이구 장관은 북·러 연합훈련 개최 방안이 논의 중이라며 “(연합훈련이) 왜 안 되겠나. 북한과 우리는 이웃”이라고 발언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중국·러시아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역시 러시아 관영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미국은 북한 외에도 러시아에 대한 제3국의 무기 지원 여부를 크게 경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하원 정보국 상임 선정위원회 국가정보국장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정부 소유 방산업체에 항행 장비, 교란 기술, 전투기 부품 등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러시아의 무기 유통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