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가 3.4% 상승…4개월 만에 최대 폭
한은 “9월 물가, 8월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
8월 소비자물가가 3.4% 상승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폭염·폭우 등 영향도 있지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의 하락 폭이 크게 둔화한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9월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3.4% 상승했다. 지난 4월(3.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오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 6월(2.7%)과 7월(2.3%)엔 2개월 연속 2%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것이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보다 11% 하락하면서 지난 2월(-1.1%)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작았다.
지난 7월에는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물가 둔화를 이끌었지만, 8월에 하락 폭이 크게 줄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은 “7월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됐다”며 “석유류 가격은 몇 주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도 2.7% 상승했다.
특히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13.1% 상승하면서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 8월 대비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p 끌어 올렸다. 지난달 폭우와 폭염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감소하고 생육이 부진하면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났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2.7% 하락하고, 수산물 물가는 5.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보다 21.1% 상승하면서 11개월 연속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올랐다.
한국은행은 오는 9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8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당초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고 10월 이후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향후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