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이 마트에서 17만원어치의 물품을 훔쳐 달아나려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직원의 신고로 붙잡혔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23일 원주시 관설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40대 여성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 직원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라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 잘못인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현장에 출동한 고탁민 경사는 A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일종의 수법으로 여긴 것이다.

이에 A씨와 함께 그가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아갔다. 고탁민 경사는 그곳에서 생후 2개월짜리 갓난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봤다.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아기를 키우며 육아 수당만으로 생활 중이던 A씨는 이날도 역시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탁민 경사는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한 뒤 A씨에게 건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탁민 경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라며 “어려운 형편에도 아기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고 경사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일단 배고픈 아기의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넸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두려웠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경사는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돼 이런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쓰였다고 했다. 경찰은 분유를 건넨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A씨를 도왔다.

사건 일주일 후 A씨는 해당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