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 피해 미국 이주한 중국 출신 언론인
中 환경개선 주장 비판…”근거 없는 허위 주장”
“공산당, 자연을 약탈 대상으로 간주…개발 참사”
중국 공산당이 지난달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공식 발간 자료를 통해 지난 10년간 환경관리 효과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조사 저널리스트들은 중국 본토의 환경 악화가 충격적이며 수십 년 동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생태환경부 부부장 자이칭(翟青)은 당대회 기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0년간 시진핑과 그의 생태문명 사상의 지도 아래 중국의 생태환경 보호가 전면적으로 진전됐다고 말했다.
자이칭 부부장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대기질을 개선한 국가”다. 그는 7억7천만 명분의 식수 안전성 평가 등급 상향, 300종 이상의 희귀·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복원 및 개체수 증가 등의 성과를 나열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중국 출신 언론인 자오란젠은 이 주장에 대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에포크타임스에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중국의 대기 오염, 지하수 오염, 토양 오염 상황은 모두 충격적인 수준이었다”며 “중국에서 환경오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탄압 대상이다. 환경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여러 매체 기자, 편집장으로 근무하며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으로 접근해온 자오란젠은 올해 초 중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쇠사슬녀’ 사건에 관한 보도로 공안당국의 표적이 됐다.
이 사건은 한 여성이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장쑤성의 한 시골 마을 헛간에 갇혀 8명의 아이를 낳으며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사건이다. 한 시민기자의 우연한 발견으로 세상에 드러난 이 사건은 중국의 치안과 인신매매 현실을 보여준 사건으로 지탄을 받았다.
자오란젠은 이 사건으로 중국 전체가 떠들썩한 사이 해당 여성이 인신매매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가족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만나는 등 여성의 신원을 추적했다. 이 여성이 인신매매 사건 피해자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 당국의 치안 부재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자오란젠은 남성과의 인터뷰를 인터넷에 공유하고 중국 최고검찰원, 공안부, 장쑤성 검찰청 등에 관련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협조가 아닌 협박이었다. 자오란젠에 따르면 그가 올린 게시물과 영상은 당국에 의해 삭제됐고, 중국 검찰과 공안당국은 그가 허위 사실을 퍼뜨려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며 침묵하라고 위협했다.
그는 중국 내 인권활동가들과 손잡고 여성의 정체로 추정되는 사실을 알리려 했으나,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차단돼 벽에 부딪혔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안전에 대한 불안으로 말레이시아를 통해 미국으로 도피했다.
자오란젠은 쇠사슬녀 사건을 추적하기 전에 중국의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여러 해 관련 사안을 추적하고 시민활동가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는 생태환경 보호가 향상됐다고 말했지만, 객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방적 주장”이라며 “생태환경이 좋아졌는지 객관적으로 알아보려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비정부기구(NGO)에 의한 평가제도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자화자찬만 늘어놨고 기자회견은 사전에 준비한 대본에 따른 것일 뿐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데이터’는 짜맞춘 것으로 신뢰성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자오란젠은 중국 공산당의 환경보호 정책과 경제발전 모델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라며 장자제(張家界·장가계)나 백두산(중국령)처럼 ‘자연보호구역’ 모범사례들이 있지만 실상은 상업적 이윤을 얻기 위한 약탈적 개발사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두산을1994년부터 네 차례 방문했는데 2015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는 관광시설이 자연보호구역까지 확대돼 있었고 인공적인 환경 조성이 진행 중이었다”며 “사실 중국의 모든 관광명소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자오란젠은 “미국이나 칠레 같은 여러 나라의 생태공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는 도로를 놓거나 상업적인 관광상품 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생태관광구를 지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입장권 판매 수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창장, 황허, 칭하이, 티베트, 네이멍구 등의 생태계를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환경을 약탈의 대상으로 여기고 참사에 가까운 개발을 추진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자오란젠은 “2018년 칭하이성 남부 티베트고원에 있는 싼장위안(三江源)의 여러 곳을 현지 조사했다. 없었던 사막이 새로 생겨났고 기존 사막들은 더 넓어졌다. 과거 지도와 비교해 지난 30년간 사막화가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싼장위안은 ‘3개 강의 발원지’라는 뜻으로 창장, 황허, 샹장(祥江)의 발원지다. 중국의 급수탑으로 불리며 중국의 생태계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오란젠은 “이 지역의 사막화는 수자원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창장, 황허 중하류 곳곳에서 강물이 메마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어떤 구호를 들고나오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총서기와 지도부는 지난달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연설에서 환경 문제와 관련해 환경 관리와 오염 예방의 심도 있는 추진, 하천·호수· 저수지의 생태보호 강화 등 두 가지 대책을 강조했다.
자오란젠은 “실제로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환경 문제가 심각해져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뜻”이라며 “공산당 지도부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뒤떨어져 있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많이 늦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4년 현장탐사를 통해 네이멍구 텅거리(腾格里) 산맥 지역에서 지역 기업들이 오폐수를 대량 방출해 커다란 오수 웅덩이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역 목동들의 목소리를 기사로 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곧 삭제됐다.
중국에서는 환경 오염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역 기업 혹은 국영기업이 방출하는 오염물질로 농작물 혹은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환경활동가들에 따르면 중국 도시 10곳 중 9곳은 기업들의 오폐수 방출로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13년에는 중국 내 ‘암 마을’ 100여 곳을 표시한 지도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암 마을’은 암 환자가 다수 발생한 마을을 가리킨다. 이 사진은 그동안 ‘암 마을’을 조사한 중국 내 여러 논문을 종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란젠은 “암 마을 지도가 공개된 지 10여 년 가까이 흘렀지만 환경 개선이 얼마큼 이뤄졌나”라며 “제3자 검증 없이 정부 발표만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이 산을 다시 녹색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방정부는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녹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식물을 민둥산에 심어 인공적으로 녹색산을 만들었다. 녹색 페인트를 부어버린 곳도 많았다”고 질타했다.
그는”중국의 자연환경 파괴와 생태계 파괴는 앞으로 수십 년 내에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 여파는 주변국과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알렉스 우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