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국가 대만에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올해 1~9월 평균) 중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3개사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투자전문 지주사로 사실상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42곳, 미국 28곳, 대만 10곳, 일본 7곳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 수치다. 2021년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 분할한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는 1년 새 시총이 20계단 밀려난 100위에 랭크돼 간신히 100대 기업에 들었다.
2018년 기준 시가총액 1위였던 삼성전자는 이번 조사에서 TSMC(대만)와 엔비디아(미국)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내려갔다. 10위였던 SK하이닉스도 AMD(미국) 등에 추월당하며 14위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거대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중국 기업의 2018년 대비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6.7%로 중국 외 기업(8.2%)에 비해 약 3.3배 높았다. 중국은 시총 상위권에 SMIC(28위, 파운드리 세계 5위), TCL중환신능원(31위, 태양광·반도체 소재), 칭광궈신(32위, IC칩 설계·개발), 웨이얼반도체(38위, 팹리스 세계 9위)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지표도 부진하다. 1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021년 14.4%로 1.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3.9%포인트 증가)과 일본(2.0%포인트 증가), 대만(1.1%포인트 증가)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업 현금 흐름 대비 설비투자율은 2021년 63.1%로 칩4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주력이라 매년 대규모·최신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결과다. 반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율은 2021년 8.3%로 칩4 국가 중 가장 낮았다.이는 미국 16.5%, 일본 10.8%, 대만 9.7%에 대비된다.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2021년 26.9%로 칩4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지난 2018년보다 1.4%포인트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법인세 부담률이 3.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상무)은 “한국 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큰 세부담을 지고 있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