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비 5년 뒤 2배로 증액…군사비 세계 9위→3위

조영이
2022년 08월 26일 오후 10:53 업데이트: 2022년 08월 27일 오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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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면 일본의 방위비가 세계 3위에 오를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과 자민당이 내년부터 5년 동안 방위비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일본의 방위비는 5조 4천억 엔(약 52조 원)이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IPRI)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발표와 같은 예산 증액이 이뤄질 경우 일본의 방위비는 현재 세계 9위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가 될 수 있다.

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 북한의 핵무기 위협 등이 일본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방위비 증액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국제 정세, 일본 방위비 증액에 영향

“일본은 방위비 증액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일본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후 지난 10년간 방위비를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방위비 증액에 대한 국민 여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요미우리신문과 와세다대가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7~8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방위력 강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74%에 달했다.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도 일본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중국군은 대만 포위를 상정한 실탄 사격훈련을 하면서 탄도미사일을 11발 발사했다. 그중 5발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 중국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대만해협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변국과의 병력 차이 역시 일본 방위비 증액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 주변의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중국·북한의 총병력은 550만 명이다. 반면 일본 자위대는 약 23만 명에 불과하다.

내년도부터 5년간 방위비 대폭 증액

일본의 방위비는 통상 국내총생산(GDP)의 약 1%로 책정돼 왔다. 일본은 1976년 국무회의에서 최소한의 방위력을 보유하면서 인근국(당시 구소련)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를 세운 뒤 방위비 예산을 GDP 대비 1% 이내로 편성하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지난 6월 기시다 내각은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를 발표하면서“방위력을 5년 이내에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군사력 확대 구상을 공개 천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기본방침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공약에 반영됐고 자민당이 선거에 승리하면서 방위비 증액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방위성이 재무성에 제출한 2023 회계연도 예산요구 금액은 5조 5천억 엔(약 55조 원)이다. 항목만 있고 요구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사항 요구’까지 반영하면 방위비 총액은 6조 엔이 넘을 것으로 방위성은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대비 20%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을 비롯한 중국과 북한의 로켓을 요격할 수 있는 개량형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선박과 항공기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1000여 발을 확보해 북한과 중국에 대응할 계획이며 영국과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예산도 책정할 예정이다.

국가 부채, 정치적 갈등 등 우려의 목소리

일각에서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두고 우려한다. 미국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아우렐리아 조지 멀건 일본 정치 및 지역 안보 담당 교수는 “방위비 증액과 대상을 놓고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며 “기시다 총리와 신임 방위상인 하마다 야스카즈, 자민당 강경파 간의 정치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 안보 이니셔티브의 아오키 나오코 선임 연구원은 “일본은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며 “일본의 방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변 국가들에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또한 일본의 막대한 국가 부채를 이유로 방위비 증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 부채는 6월 말 기준 1255조엔(약 1경2290조 원)을 넘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