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에서 죽을힘 다해 버티던 어미 소가 구조 직후 ‘쌍둥이’를 낳았다

김연진
2020년 08월 13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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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침수된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지붕 위에 올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암소.

지붕 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며 죽을힘 다해 버티던 암소가 구조 직후인 지난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본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연합뉴스

배 속에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축사에 물이 차오르자 곧장 밖으로 빠져나와 지붕 위로 올라갔다.

이후 물이 빠지고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이틀 동안,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끝까지 버텼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지붕 위에 올라선 소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는데, 이 어미 소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다가오자 격하게 저항했다. 어쩔 수 없이 마취 총을 쏴야 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구조된 어미 소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잠든 11일 새벽, 두 마리의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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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후에도 힘든 몸을 일으킨 어미 소는 새끼를 보살피느라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소중한 새끼들을 혀로 핥아주면서 정성껏 돌보는 모습이었다.

어미 소의 주인 백남례(61)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유독 저 소만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했다. 배 속에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녀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라며 “살아 돌아와준 것만 해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출산하다니 기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