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곳곳에서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이어 연천 농가에서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돼지 약 5천마리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이 연이어 이틀간 확인된 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기존 매뉴얼보다 더욱 강력한 방역 및 소독 작업을 추진하면서, 발생 농장으로부터 3km 이내로 살처분 범위를 확대했다.
그런데 문제는 살처분 과정에서 드러났다.
최근 동물권의 강화로 ‘인도적 살처분’을 위해 생매장이 아닌 ‘안락사’의 형태로 동물 살처분을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매뉴얼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도적 살처분을 위해 매장에 앞서 감염 가축의 안락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가축들을 안락사시킨 뒤, 살처분 통으로 옮겨 매장하는 순서로 살처분이 진행된다.
하지만 19일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 살처분 현장에서는 이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매체는 가스 주입 이후에도 죽지 않은 돼지들이 추가적인 안락사 과정 없이 곧바로 매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식이 깨어 있는 돼지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작업자들은 그 돼지들을 그대로 사체 통에 옮기고 있었다.
여기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살처분 작업에 투입되는 작업자들이 정신적인 충격이나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구제역 사태부터 작업자들의 트라우마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됐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가축 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 조사’에서는 가축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수의사와 공무원 등 268명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4명 중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고, 4명 중 1명은 중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구제역 사태 당시에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 9명이 과로 또는 자살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대부분 “죄책감이 들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가축 살처분에 투입된 작업자들의 처우 개선과 심리 치료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