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이렇게 훌륭한 ‘보리’

2013년 05월 10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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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를 대맥(大麥)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소맥(小麥)은 밀이지요. 보리밥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 국민이 애용하는 보리차로 누구나 보리를 늘 먹고 있습니다. 여기에 맥주까지 더한다면 보리를 먹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에서 보리에 대해 다룬 구절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오장을 든든하게 하고, 밥이나 국수를 만들어 먹거나 죽을 쒀서 먹어도 모두 좋다.
위기를 고르게 하고 잘 통하게 하며, 맥아는 입맛을 돌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
살과 피부를 좋게 하고 건강하게 한다. 오래 먹어도 좋다.
성질이 따뜻하거나 약간 차다. 맛이 짜고 독이 없다. 기를 돕고 중초(비위)를 조화롭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고 허한 것을 보한다.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오랫동안 먹으면 건강해지고 몸이 윤택해진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는 오곡 중 으뜸이다.

 

오랫동안 먹으면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는 것을 막아주고 풍(風)이 동하지 않게 한다. 하지만 갑자기 많이 먹으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기를 아래로 내리기 때문이다. 잘 익혀 먹으면 이롭지만, 덜 익혀서 먹으면 성질이 차므로 사람을 상하게 한다.

 

보리는 밀과 같이 가을에 심는 것이 좋으며, 봄에 심은 것은 약의 기운이 부족하고 효과가 덜하다.

 

모든 음식과 약재를 음양 오행으로 분류해 응용하는 것이 동양의 사고방식인데, 보리는 성질이 약간 차지만 익혀서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맛은 약간 짠 편입니다. 소금처럼 짜다는 뜻은 아니며, 미묘한 맛의 차이이기도 하고 먹었을 때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작용과도 연관이 됩니다. 보통 짠 맛으로 분류되는 음식은 기운이 약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소변과 대변을 잘 돌게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콩팥을 강하게 해주어서 콩팥의 기능과 관련된 모발과 뼈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동의보감의 기록 외에도 다른 문헌에는 보리가 소갈(消渴, 현재의 당뇨와 유사)을 치료하고 갈증을 멎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배가 더부룩한 것을 해소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리차를 먹는 목적과도 비슷합니다. 보리차를 끓일 때는 가급적 보리를 색이 노릇노릇하게 변할 때까지 볶은 것을 쓰면 좋습니다. 그래야 비위도 튼튼하게 하고 소화도 잘 되게 하고 위장을 차갑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엿기름은 중요한 약재

 

보리의 싹을 틔운 다음에 건조한 것을 맥아라고 합니다. 흔히 엿기름이라고 하고 식혜를 만들 때도 씁니다. 혹은 임상에서 젖을 말릴 때 씁니다. 한 번에 한 첩당 30그램 이상의 많은 양을 쓰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적은 양을 쓸 때는 젖을 멎게 하는 작용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산후에 젖을 끊은 다음에 유방이 붓고 아프고 열이 날 때 이것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더 활용합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맥아를 소량 사용했을 때 유즙 분비가 촉진되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식혜를 약간 먹어 보고 젖이 그대로여서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농도의 문제가 사실 더 크다고 보면 됩니다.

 

보리 대신 맥아를 차로 끓여서 먹어도 됩니다. 이 경우 소화를 촉진시키는 힘은 더욱 강합니다만, 보리차처럼 가슴이 시원한 느낌은 덜합니다. 맥아의 성질이 보리보다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맥아는 쌀, 밀, 고구마, 토란 등 식물성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특효입니다. 평소 소화가 잘되지 않고 입맛이 없는 비위 허약자에게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소화불량과 잦은 설사에도 맥아를 씁니다. 맥아는 달이면 맛이 괜찮아서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여기에 꿀이나 아가베 시럽 등을 소량 넣으면 더욱 좋습니다. 혹은 숭늉과 맥아를 같이 넣고 달여서 먹으면 강력한 소화제이자 비위를 보하는 약이 됩니다.

 

또 만성 간염과 긴 질환으로 배가 부을 때도 사용하고, 건선과 아토피에 활용하는 한의사도 있습니다. 중성 지방을 용해하는 작용도 있어서 고지혈증 환자도 맥아차를 상복하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보리는 체질적으로 소양인의 음식입니다. 다른 체질은 충분히 보리와 맥아를 볶은 다음에 복용하면 보리의 차가운 성질이 줄어들어 큰 무리가 없습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