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심리 전환이 우울증과 염증 줄인다

부정적인 경험 속에서도 성장과 개선의 가능성을 찾는 태도가 우울증 완화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코로나19를 겪은 이들이 그 경험을 ‘개인적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였을 때, 불과 3개월 만에 혈액 속 염증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마음가짐이 인간의 생물학적 상태를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브레인, 비헤이비어 앤드 이뮤니티(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실렸다. 연구팀은 “역경 속에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신 건강을 보호할 뿐 아니라 우울증, 심장병,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 관련된 염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학 ‘마음과 몸 연구소(Mind & Body Lab)’ 연구진은 팬데믹 발생 2년 후, 간단한 심리 전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팬데믹 경험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 여기에는 총 379명의 참가자가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됐다.
대조군은 팬데믹의 주요 사건을 정리한 짧은 영상을 시청하고 관련 퀴즈에 답했다. 반면 실험군은 “재난은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시청했으며,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재난 이후 더 깊은 인간관계, 강한 회복력, 새로워진 영성, 삶에 대한 감사 등으로 성장한 사례가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또한 스스로 어떻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을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심리 전환 시도 3개월 뒤 실험군의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우울증 및 만성질환과 관련된 염증 지표)는 2.02mg/L에서 1.88mg/L로 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2.05mg/L에서 2.17mg/L로 오히려 상승했다. 또한 우울증 점수 역시 실험군에서 더 큰 폭으로 개선돼, 마음가짐의 변화가 이러한 생물학적 효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줬다.
대규모 재난, 정신 건강 위협…그러나 ‘외상 후 성장’ 가능성도
전쟁, 팬데믹, 자연재해와 같은 대규모 재난은 불안,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 건강 문제를 촉발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에 전 세계 우울증 발생률은 25%나 급증했다.
정신 건강 문제는 다시 신체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는 체내에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과도하게 분비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염증은 우울증, 불안 장애는 물론 다양한 만성질환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모든 재난이 부정적인 결과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 부르며, 역경을 겪은 뒤 정체성, 삶의 의미,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탠퍼드대 연구는 이러한 정신적 성장이 단순한 마음의 회복을 넘어 신체 건강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의 치유력
마음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전통 중국 의학(TCM)부터 현대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생각과 감정이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관찰돼 왔다.
예루살렘에서 침술을 시술하는 제이미 바카라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의학에서는 신체의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며, 여기에는 마음과 몸도 포함된다. 따라서 한쪽의 문제가 반드시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의학은 특히 감정이 ‘기(氣)’의 흐름을 좌우한다고 본다. 분노나 걱정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기의 흐름을 약화시키거나 차단해 신체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연구 역시 전통적 관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가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상태는 신체를 건강 쪽으로도, 혹은 질병 쪽으로도 기울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려움을 학습과 회복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성장형 사고’는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고 정신 건강 문제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용서와 사랑 같은 긍정적 감정은 생리적 효과를 가져온다. 한 연구에서는 과거의 부당한 일을 용서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서 심장 혈류가 제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용서를 실천한 환자들은 일반적인 심장 건강 교육만 받은 환자들보다 혈류가 훨씬 원활해졌다. 연구를 주도한 로버트 엔라이트 교수는 “용서가 심장 건강을 개선시켰다”고 강조했다.
불안 장애 전문 임상심리학자 에릭 굿맨도 간단한 실험으로 이를 설명했다.
그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몸이 긴장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거의 즉시 몸이 진정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며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며, “이 변화를 만든 건 바로 당신 자신이며, 그것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건강 효과
부정적인 마음가짐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한이나 후회 같은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몸은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갇히게 된다.
2018년 발표된 한 장기 연구에 따르면, 일상 속 갈등이나 가족·지인의 어려움에 따른 간접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을 습관적으로 붙잡고 사는 사람들은 10년 후 만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로버트 엔라이트 교수는 학대나 배신 같은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부정적 사고와 스트레스의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각종 질환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반대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건강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희망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할 경우, 부작용이 줄고 치료 반응도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롤라이나 통합의료센터의 유수프 살리비 박사는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연결해 치유하는 통합적 의료 접근법이 건강 회복에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긍정적 마음가짐을 기르는 방법
스탠퍼드 연구진은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진다는 것이 단순히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어려움을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심리 전환 과정에서도 “트라우마를 인정하는 것과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는 것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상심리학자 에릭 굿맨은 과도한 긍정(일명 ‘독성 긍정’)이 오히려 고통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잠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협적 자기암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굿맨은 더 나은 접근법으로 정신적 유연성을 제시했다. 즉, 위협적인 상황에 갇히지 않고 큰 그림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연민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덜어주려는 마음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가장 껄끄러운 사람에게도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각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연민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엔라이트 교수는 이러한 마음가짐 전환이 반드시 현실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용서를 예로 들며, 이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더 넓고 자비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생활에서 이러한 심리 전환을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을 제시했다.
• 매일 몇 분이라도 감사할 일을 기록하기
•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마음을 단단히 다지기
•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지 않고 연민을 실천하기
• 균형 잡힌 식사, 운동, 휴식, 맑은 사고 유지하기
• 호흡법이나 명상으로 스트레스 반응 줄이기
• ‘우리는 삶을 경험을 하는 에너지 존재’라는 더 큰 그림으로 인식하기
*레이첼 멜레그리토는 신경학적 질환 환자를 전문으로 하는 작업치료사로 활동했다. 또한 대학에서 기초과학과 전문 작업치료 과목을 강의했으며, 2019년 아동 발달 및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부터는 다양한 매체와 브랜드를 통해 건강 관련 주제를 폭넓게 집필하며 전문 필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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