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동굴서 발견된 천 년 된 씨앗, 성경 속 잃어버린 나무 단서 될까

손톱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천 년 전, 새나 작은 동물의 부리에 실려 이스라엘의 한 동굴에 남겨졌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 뒤, 고고학자들이 발견해 심자 결국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났다. 그 속에는 오래된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성경의 한 구절에 이 나무로 보이는 식물이 언급되어 있는데, 혹시 한때 귀하게 여겨졌던 ‘유대 발삼나무(Judean Balsam)’일까? 이 나무의 향기로운 수액은 옛날에 약으로 쓰이며 값진 보물처럼 여겨졌다.
성경에 따르면 동방박사 세 사람은 아기 예수에게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했다. 유향과 몰약은 향기로 귀하게 쓰였고, ‘콤미포라(Commiphora)’ 속(屬) 나무의 껍질에 상처 내면 흘러나오는 수지에서 얻을 수 있다. 오늘날에도 일부 콤미포라 종은 자라지만, 몇몇은 성경 시대 이후 사라졌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발굴 현장에서 성경 속 비밀을 간직한 듯한 씨앗 하나가 사막 계곡의 동굴에서 발견됐다.

(왼쪽) 서기 565년경 비잔틴 모자이크에 묘사된 동방박사들(Nina Aldin Thune/크리에이티브 커먼즈 2.5). (오른쪽 위) 몰약 수지(Creative Commons 2.5), (오른쪽 아래) 유향 수지 | Peter Presslein/Creative Commons 2.5
히브리대학교 고고학자들은 사해-요르단 균열 지대, 유대 사막 북부의 석회암 동굴을 발굴하다가 이 씨앗을 수집했다. 이곳의 많은 동굴은 한때 수도승의 은둔처이자 로마와의 전쟁 당시 피난처였다. 발굴된 동굴 안에서는 구슬, 천 조각, 엮은 밧줄, 그리고 성인과 아이의 유골 35구가 발견됐고, 그 사이에 길이 1.8cm, 무게 0.565g의 ‘겉보기에 온전한’ 씨앗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씨앗이 동물에 의해 옮겨져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십 년 동안 히브리대학교의 보관소에 있던 씨앗은 하다사 의료센터의 사라 살론(Sarah Sallon) 박사에 의해 다시 주목받게 됐다. 그는 성경 기록과 연결 지을 수 있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2024년 9월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씨앗이 고대에 귀하게 쓰였던 유대 발삼나무일 가능성은 없는지, 혹은 성경 속에 언급된 한때 이 지역에 자생하다 사라진 콤미포라 종(種)은 아닐지 의문을 품었다.”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결과, 씨앗의 나무 껍질은 서기 993년에서 1202년 사이의 것으로 밝혀졌다. 즉, 1000년 이상 된 씨앗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심기 전의 고대 씨앗 | Guy Eisner/Creative Commons 4.0

(왼쪽) 씨앗 발아 5주째의 싹, (오른쪽) 6개월 된 묘목.
2010년, 연구자들은 씨앗을 물에 담근 뒤 온실에 심었다. 다섯 주가 지나자 싹이 텄고, 그 묘목은 ‘셰바(Sheba)’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늘날 ‘셰바’는 15살 된, 키 3미터가 넘는 낙엽성 나무로 자랐다. 연둣빛 나무껍질이 얇은 종이처럼 벗겨지는 모습은 콤미포라 속 식물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연구자들은 잎을 가지고 화학 분석과 DNA 분석을 했고, 그 결과 여러 과학적 결론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셰바는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바쳤던 귀한 몰약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나무가 성경에 언급된 유대의 발삼일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연구진은 처음에는 ‘셰바’가 역사 속 유대 발삼의 후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지만, 실험 결과 셰바의 수지는 성경에서 ‘초리(tsori)’라 불리던 독특한 향기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유대 발삼과의 동일성은 부정됐다.

이 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잎에는 잔털이 있다 | Guy Eisner/Creative Commons 4.0

콤미포라 속에 속하지만 종은 밝혀지지 않은 성숙한 나무 | Guy Eisner/Creative Commons 4.0
그럼에도 또 다른 가설이 힘을 얻었다. 바로 ‘셰바’가 치유 효능을 지닌 새로운 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에서 항염·항암 효과가 있는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라는 성분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콤미포라 종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논문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만약 유대 발삼이 현존하는 콤미포라 속의 한 종으로 살아남아 있다면, 과학자들이 아직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천 년을 건너온 작은 씨앗은, 그렇게 오늘날 우리 앞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박병원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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