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폐 이상, 시간 지나면 대부분 회복”…새 지침 나와

입원 치료를 받았던 코로나19 환자 중 많게는 절반 정도가 급성 감염 단계가 지난 이후에도 흉부 CT 검사에서 폐 이상 소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인 폐 손상이나 만성 폐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장기 코로나(Long COVID) 치료에 관한 ‘새로운 지침(new guidelines)’에 따르면 폐 이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되거나 오히려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지침’이란 국제 복합 단체로 구성된 흉부영상의학 전문가 그룹이 지난 7월 22일 저명 영상의학 학회지 ‘래디올로지(Radiology)’)에 합의문 형태로 발표된 것으로, 감염 후 3개월 경과 후에도 호흡기 증상이 지속하거나 악화되고, 최소 2개월 이상 다른 원인이 없을 경우에만 흉부 CT를 시행하라는 등 흉부 CT 촬영 최소화를 권고하고 있다.
“폐는 피부처럼 외부 환경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가 치유를 위한 줄기세포와 회복 준비 상태의 세포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폐 및 중환자의학 전문의 파나지스 갈리아차토스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렇게 밝혔다.
회복에는 시간 필요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이후 폐 손상을 경험한 환자들 가운데 퇴원 시점에도 폐 이상 소견이 지속된 환자의 약 90%는 감염 후 1년에서 3년 사이에 호전되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100명 중 약 6명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증상이 지속되는 장기 코로나를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감, 관절 및 근육통, 호흡 곤란, 두통, 집중력 저하 등이 있으며, 이들 증상은 일반적으로 4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점차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 회복도 유사한 경과를 따른다. 감염 이후 폐에서는 염증, 쪼그라든 폐포, 일시적인 조직 비후 등 흉터와 유사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나,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된다고 독립의료연합(IMA) 회장이자 최고의료책임자인 조셉 바론 박사는 밝혔다. 그는 이번 치료 지침의 저자는 아니다.
바론 박사의 임상 경험에 따르면 경증에서 중등도의 코로나19 관련 폐 이상을 겪은 대부분 환자는 3~6개월 이내에 영상 소견과 증상이 모두 호전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고령자나 중증 감염을 겪은 환자들의 경우 폐 이상 소견이나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코로나19 감염에서 초기 폐 손상은 영구적인 파괴가 아닌 염증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바론 박사는 설명했다. 감염이 사라지고 염증이 가라앉으면 폐는 체액을 흡수하고 손상 조직을 회복하는 자가 치유 과정을 시작하며, 이 과정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롱 코비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리딩 엣지 클리닉(Leading Edge Clinic)의 설립자 피에르 코리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는 급성 질환이지 만성 염증 질환은 아니다”라며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염증이나 섬유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CT 스캔에서 관찰되는 많은 폐 변화는 영구 손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바이러스성 폐렴이나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DS) 회복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폐 조직이 회복되면 이상 소견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폐에 나타나는 변화는 간질성 폐질환처럼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만성 질환과 달리 비진행성(비악화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거나 감염 초기에 중증 또는 위중증 상태였던 고령 환자들은 지속적인 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한층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감염 초기 폐 손상의 심각성 때문일 수 있다고 한다.
‘잔여 흔적’과 ‘영구 손상’ 구분해야
코로나19 감염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CT 스캔에서는 심각해 보이는 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라운드 글래스 음영(ground glass opacities)’은 염증을 암시하는 흐릿한 음영이며 ‘섬유질 띠(fibrous strands)’는 회복 과정에서 남은 얇은 조직 띠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감염의 잔여 흔적일 뿐 영구 손상을 의미하진 않는다.
“영상 소견은 임상적 회복보다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바론 박사는 “몇 달 동안 CT상에서 ‘백색 폐’ 소견이 있는 환자들도 실제로는 정상 생활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영상 소견과 실제 임상 상태 간 불일치는 진단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추적 검사나 과잉 치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영상은 정상이지만 증상이 남아 있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이는 실제 폐 손상보다는 잔존 바이러스 효과나 신경계 이상 때문일 수 있다.”
그는 이어 “핵심은 폐 손상과 증상이 대부분 호전되지만 그 시점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고 완전 회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라며 장기 코로나 환자 관리를 위해서는 증상 중심의 개별 맞춤형 추적 접근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과잉 치료 방지 필요
이번에 발표된 새 지침은 특히 비특이적 폐 이상 소견을 진행성 폐질환의 신호로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번 합의 지침은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와 같이 임상적으로 명확한 필요성이 있을 때에만 CT 촬영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잘못된 진단은 과도한 의료비 지출, 반복적인 영상 촬영, 나아가 생명보험이나 장애 보상 청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약제는 연간 최대 6만 달러(약 9000만원)에 달할 수 있는데 환자들에게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론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새 지침은 감염 3개월 후에도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고 △그 증상이 최소 2개월 이상 계속되며 △다른 명확한 원인이 없는 경우에 한해 추적 흉부 CT 촬영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 노출을 줄이기 위해 저선량 촬영 프로토콜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바론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RT-PCR 검사 신뢰도가 낮았던 시기에는 CT가 매우 유용한 진단 도구였다고 평가하면서 현재는 무증상 또는 경증 장기 코로나 환자에게 CT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종종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 지침은 또한 영상의학 전문의들이 비특이적 잔여 소견을 기술할 때 ‘섬유화’나 ‘간질성 폐질환’과 같은 용어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용어들은 진행성 또는 영구적 폐 손상을 암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리딩 엣지 클리닉의 코리 박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그라운드 글래스 음영이나 경미한 섬유성 변화와 같은 비특이적 영상 소견을 섬유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과도하게 진단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이런 사례를 매일 임상 현장에서 본다. 이러한 해석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부적절한 진료 의뢰, 그리고 잘못된 치료 계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리 박사는 증상 중심 접근을 통해 환자를 임상적으로 관찰하고 상태가 악화될 경우에만 영상 검사를 반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통상적으로 내 경험에 따르면 영상 검사를 포함해 의학의 많은 부분이 과잉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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