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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제, 당뇨병성 안질환 위험 최대 2배↑” 임상 결과

2025년 07월 29일 오후 6:46
Cynthia A Jackson/ShutterstockCynthia A Jackson/Shutterstock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인기 있는 당뇨병 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이미 당뇨병성 안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심각한 시력 위협 질환의 발병 위험을 2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학술지 ‘디아베톨로지아(Diabetologia)’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티르제파타이드를 복용한 환자 중 1.1%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당뇨병성 안질환인 증식성 당뇨망막병증(PDR)이 발병한 반면 해당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에서는 0.5%만이 같은 질환을 앓았다. 대부분 사례는 이미 당뇨병으로 인해 가벼운 망막 손상을 가진 환자에게서 발생했다.

6800명 이상 환자 데이터 분석

이번 연구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당뇨병센터의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 6800여 명의 전자의무기록(EMR)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티르제파타이드를 최소 6개월간 복용한 3435명과 이와 연령, 질병 경과, 혈당 조절 상태 등이 유사한 비복용 환자 3435명을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는 2022년 10월 티르제파타이드가 해당 클리닉에서 처방되기 시작한 이후 그 전후로 모두 안과 검진을 받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성별, 당뇨병 지속 기간, 초기 혈당 조절 상태, 망막 건강 상태, 복용 중인 다른 약물 등을 기준으로 환자들을 정밀하게 매칭해 비교했다.

일반적인 당뇨병 환자 집단에서 PDR의 유병률은 약 2.3%에서 7.5%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티르제파타이드 복용은 해당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PDR이 발생할 확률이 1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티르제파타이드를 복용한 환자군에서 인구 1000명당 연간 약 7건의 발생률에 해당한다.

PDR은 망막 또는 시신경 유두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나는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질환은 당뇨망막병증의 가장 심각한 단계로 당뇨병의 합병증 가운데 하나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유리체 출혈, 망막박리, 신생혈관 녹내장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시력 손실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해 레이저 광응고술, 주사 요법, 수술 등의 치료법이 활용된다.

발병 시기와 위험 요인

PDR 진단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티르제파타이드를 시작한 후 약 11개월이었다. 대부분 환자들은 당뇨병으로 인해 이미 경미한 망막 손상과 부종이 있었다.

기존 망막 손상이 없었던 환자들은 망막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낮았다. 이러한 환자들 가운데 티르제파타이드를 복용한 경우 추적 기간 동안 어떤 형태의 망막병증이든 발생할 가능성이 2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의 급격한 변화와 안구 질환 위험

티르제파타이드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체내 호르몬을 모방해 작용함으로써 혈당을 크게 낮추는 약물이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혈당이 빠르게 떨어질 경우 당뇨망막병증이 초기에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급격한 혈당 변화가 망막의 약한 혈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고강도 혈당 조절과 오래전부터 연관돼 있다고 미국 공인 검안의 미날 아가르왈 박사는 설명했다. 아가르왈 박사는 해당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혈당 감소가 혈류 변화와 혈액-망막 장벽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망막 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티르제파타이드 복용 환자들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HbA1c 수치가 평균 약 0.4% 정도만 완만하게 감소했음에도 PDR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혈당의 급격한 감소만이 PDR 위험 증가의 주요 요인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가르왈 박사는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환자들에게 티르제파타이드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적절한 모니터링과 점진적인 혈당 감소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 건강 모니터링의 중요성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기존 망막 손상이 있는 환자들에게 티르제파타이드를 시작할 때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다.

아가르왈 박사는 이 약물을 처방받는 환자들에게 당뇨망막병증 악화를 나타내는 조기 경고 신호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조기 징후에는 △시력의 갑작스러운 변화 △중심 시야 또는 주변 시야에 나타나는 어두운 점이나 그림자(암점) △번쩍이는 빛(망막 견인 또는 망막박리 증상일 수 있음) △직선이 왜곡되어 보이는 증상(황반부종을 의미할 수 있음) 등이 있다.

아가르왈 박사는 혈당 강하제를 복용 중인 환자들의 망막병증 악화를 예방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혈당과 지질 수치의 철저한 조절’을 제시했다.

즉 HbA1c 수치가 과도하게 급락하지 않도록 혈당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았던 환자들에 해당된다.

연구진은 티르제파타이드가 혈당 조절과 당뇨병 장기 합병증 예방에 있어 상당한 이점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안과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그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티르제파타이드를 제조하는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는 언론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