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우화

2025년 05월 12일 오후 3:19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수 세기 동안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이 신화들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은 위대한 작품 중 하나를 19세기 프랑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기 동안 프랑스 미술계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으며, 다양한 기법과 주제가 표현되었다.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양식 중 하나는 아카데미 미술이다. 이 양식은 유럽 미술 아카데미에서 탄생했는데, 프랑스에서는 아카데미 데 보자르(Académie des Beaux-Arts)가 바로 그 예다.

특히 유럽의 아카데미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후원자로 유명한 코시모 1세 데 메디치는 1563년 피렌체에 최초의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첫 아카데미 설립 당시부터 신화를 소재로 한 미술이 주요 관심사였다. 아카데미 데 보자르 역시 수많은 고전 걸작의 탄생을 이끌었다.

아카데미 미술은 예술가들이 수 세기 동안 논쟁해 온 이론적 분파를 조화시키고자 했다. 그 논쟁은 선과 형태, 그리고 색채 중 어느 것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인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유럽 학계에서는 최상의 종합이 등장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예술가들에게 이러한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대를 초월하는 소재를 제공했다. 미술 학계에서 우화와 이상(ideal)은 특히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신화적 주제는 예술적, 지적 발전의 원천이 돼 주었다.

프시케의 납치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프시케의 휴거’, 1895년. 캔버스에 유화, 82 1/4인치 x 47인치. 개인 소장품. | 아트 리뉴얼 센터 제공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작품은 완벽한 선과 색채를 조화롭게 결합해 우화적 개념에 생명을 불어넣는 아카데미적 기교를 보여준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부게로는 프랑스 아카데미즘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의 1895년 작품 ‘프시케의 납치’는 현대인들에게 고대 이야기를 되살려 준 작품이다.

‘프시케의 휴거’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한 이 이야기는 2세기 루시우스 아풀레이우스 마다우렌시스의 저서 ‘변신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이야기는 프시케와 큐피드,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강력한 힘에 관한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공주 프시케가 너무나 아름다워 남성들이 더 이상 비너스 신전을 찾지 않고 비너스에 대한 숭배를 멈추자,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에게 프시케의 심장을 화살로 찔러 그녀가 사악하고 혐오스러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큐피드는 결국 자신에게 화살을 쏘고 프시케와 사랑에 빠졌다. 이들이 일련의 온갖 역경을 넘어서자, 제우스는 프시케를 여신으로 만들었고, 그녀와 큐피드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부게로의 그림은 큐피드가 신부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휴거’의 순간을 포착했다. 큐피드는 자부심에 젖었고, 기쁨과 안도감에 젖은 프시케는 빛이 나는 듯하다.

부게로의 작품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19세기 아카데미 양식의 훌륭한 예시다. 선과 형태에는 인물들을 시각적으로 하늘로 끌어 올리는 역동성이 배어 있으며, 선명한 보라색 망토는 연인들을 하나로 연결해 준다. 구름의 미묘한 표현과 배경의 풍경은 중심 줄거리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그림이 그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게로는 진정한 사랑의 인내, 불멸, 그리고 사랑과 영혼의 연결에 대해 성찰했다. (큐피드는 사랑을 상징하고,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영혼’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 순수할 때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일깨워 준다.

바칸테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바칸테’, 1894년. 캔버스에 유화, 35인치 x 60인치. 개인 소장. | 퍼블릭 도메인

부게로는 1894년 작품 ‘바칸테’에서 또 다른 신화적 인물을 재해석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칸테 여신은 ‘마이나스’라고도 불리며, 디오니소스(로마 신화에서는 바쿠스)의 여성 추종자들을 가리킨다. 디오니소스는 술, 축제, 그리고 연극의 신이다. 부게로의 바칸테는 와인 잔과 용기를 자연스럽게 들고 있으며, 잎이 달린 왕관은 포도나무를 연상시킨다.

전통적으로 마이나스는 도취와 황홀경, 또는 술에 취해 광란에 휩싸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부게로는 그녀의 모습을 고요하고 품위 있게 묘사했다. 그녀는 삶에서 더 고상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교양 있는 여인이 됐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러한 묘사는 그의 관람객들, 즉 파리 살롱 관람객들에게 어필했을 것이다.

오르페우스를 가르치는 칼리오페

오귀스트 알렉상드르 이르슈의 ‘오르페우스를 가르치는 칼리오페’. 1865년. 캔버스에 유화, 39.3인치 x 40.9인치. 프랑스 페리괴에 있는 페리고르 미술 및 고고학 박물관. | 퍼블릭 도메인

오귀스트 알렉상드르 이르슈 역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인생의 소박하고 품위 있는 기쁨을 기념하려 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1865년작 ‘오르페우스를 가르치는 칼리오페’는 음악과 예술의 영원한 힘을 찬양하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서사시의 뮤즈인 칼리오페가 아들 오르페우스에게 리라를 가르치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리라는 이 모자의 공통된 상징이다. 오르페우스는 고대 그리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로 평가받았다. 그의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운 노래는 동물을 길들이고 나무와 바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르슈는 작품 한구석에 작은 꿩이 그를 지켜보는 모습을 그려 넣어 이를 통해 오르페우스의 재능을 암시했다.

이르슈는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아카데믹 형식에 의존했다. 칼리오페와 오르페우스는 자연주의적이고 이상화된 인물이다. 이르슈의 작품 속에서 그들은 거의 빛이 날 정도로 완벽하고 윤기 나는 피부를 가지고 있다. 붉은 망토는 두 사람의 가족적 유대감을 강조한다. 두 사람은 리라 연주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 움직임이 결코 작품의 사색적인 면을 압도하지 않는다. 프랑스 아카데미 미술가들은 종종 에너지와 역동성이 특징인 낭만주의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작품 속 인물들의 활동을 묘사하는 데에는 더욱 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봄날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의 ‘봄날’. 1873년. 캔버스에 유화, 84인치 x 50인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퍼블릭 도메인

이러한 움직임과 고요함 사이의 균형은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의 1873년 작품 ‘봄날’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게로와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제자인 코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인 ‘봄날’은 젊음, 첫사랑, 새로운 시작을 우화적으로 반영한 작품이다. 두 젊은 연인이 그네 위에서 사랑스러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그들은 봄의 도래와 새로운 사랑의 싱그러움을 상징하는 무성하고 꽃이 만발한 배경에 둘러싸여 있다. 그에 더해 두 인물이 입고 있는 고전 스타일 의상은 이 장면에 영원한 느낌을 입혔다. 아카데미즘 미술가들은 가장 중요한 개념과 가치는 보편적이며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러한 영원성은 아카데미 미술의 중요한 신조였다.

19세기 프랑스 아카데미 미술의 업적이 때때로 다른 사조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새로운 세대의 관람객들과 미술 애호가들은 이제 이 스타일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아카데미 미술가들은 형태와 색채를 합성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낸 해당 분야의 거장들이었다. 또한, 이들의 고대 신화에 대한 표현은 신선하면서도 고전적이었다. 미술 애호가들이 19세기 프랑스 미술을 계속 탐구하고 있는 가운데, 아카데미즘은 여전히 필수적인 감상 스타일로 남아 있다.

*이혜영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