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새 교황 선출 위한 ‘콘클라베’ 7일 시작…언제 선출될까

2025년 05월 07일 오후 3:44

역대 최다 133명 추기경 참여…글로벌 교회 구성 반영한 ‘다양성’ 눈길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의 리더십, 유럽 아닌 타 대륙에서 나올 가능성 커져

7일 바티칸 시국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133명의 추기경이 참석했다. 교황 선출 투표권은 ‘사도좌(sede /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명칭)’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에게 주어진다. 또한 이번 콘클라베는 유럽이 더 이상 과반의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된다.

2013년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의 탄생을 알리는 흰 연기를 뿜는 모습 \ AFP

바티칸 소방대는 지난 2일 시스티나 성당 지붕에 상징적인 굴뚝을 설치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통해 전 세계에 이를 알릴 예정이다. 콘클라베를 앞둔 5일에는 교황청 내 비밀경호국, 스위스 근위대, 의료진, 청소·기술·통역 담당자, 추기경단 서기 등 회의 참가자 전원이 선서식에 참여했다. 투표는 8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2월 12일) 연설 모습 | Guglielmo Mangiapane/Reuters

콘클라베의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유권자’는 80세 미만의 인물로 제한된다. 이는 바오로 6세 교황 재위 시절(1963~1978년) 제정된 규정으로, 유권자 수는 120명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폐기하고 135명까지 확대했다. 이 중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2명은 베네딕토 16세, 나머지 5명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콘클라베는 유럽이 추기경단의 절반을 차지하지 못한 최초의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 출신 유권자는 여전히 가장 큰 단일 그룹인 53명이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37명(이 중 10명은 미국), 아시아 23명, 아프리카 18명, 오세아니아 4명 등 82명이 비유럽권 출신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비서구권 출신 교황 선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콘클라베가 언제 종료될지는 미정이다. 추기경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이후 여러 차례의 모임을 통해 교회와 세계를 위한 기도 및 의견 교환을 해왔다. 바티칸에 따르면, 5월 3일 열린 제9차 회합에서는 교황과 교회가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교육의 중요성, 차기 교황의 예언자적 역할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콘클라베는 첫날(7일) 오후 4시 30분, 바티칸 사도궁 내 파올리나 경당에서 로마 교황 선거를 위한 선서식과 함께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기도와 묵상을 통해 투표 절차에 들어간다. 첫날에는 한 차례, 이후에는 하루 네 차례 투표가 이뤄진다. 투표는 8일 오전 9시 15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며, 오전 10시 30분쯤 첫 연기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성 피터 광장 | Canva

교황 선출에는 전체 유권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 교황은 직책 수락 후 교황명을 정한다. 흰 연기가 나오면 선출 완료를 의미하고, 검은 연기는 부결을 뜻한다. 선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날 오전 12시, 오후 5시 30분, 오후 7시 등 추가 투표가 계속 진행된다. 사흘간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하루를 기도와 토론, 권고로 보내며 회의를 잠시 중단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요한 바오로 2세는 1978년 콘클라베에서 3일째 8번째 투표에서,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2일째 4번째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2일째 5번째 투표에서 각각 선출됐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즉시 ‘하베무스 파팜(우리는 교황을 모셨습니다)’이라는 선언과 함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날 바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교황이 대중에게 소개된다.

성 빈센트 데 폴 지역 신학교의 총장 겸 학장인 알프레도 에르난데스 신부는 “누가 교황이 될지에 대한 추측이 넘쳐나지만, 이는 신앙과 교회의 문제”라며, 일부 도박업체의 배팅 열풍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의 차세대 사제들은 복음 전파에 집중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동시에 교회 내 특정 사안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티나 성당 내부의 벽화 | Canva

교황청은 이번 선거의 보안 유지를 위해 첫 투표 1시간 30분 전부터 바티칸 시국 내 휴대전화 통신 신호 송출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스티나 성당 전체의 도청·녹음 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 수색을 거쳤으며, 드론·위성 촬영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창문에 불투명 필름을 부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