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우리가 잃어가는 것은 무엇인가…은하수에 담긴 교훈

2025년 05월 06일 오후 8:10

순우리말로 ‘미리내’라 부르는 은하수(銀河水)는 지구에서 관측한 우리 은하의 일부다. 명칭은 천구에 투영된 우리 은하(태양계가 속한 은하)의 단면이 은빛 강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 마치 우유를 흩뿌린 듯 뿌연 띠처럼 관측되는 은하수를 인간은 오래전부터 신화와 관련해 해석하기도 했다.

신의 분노

고대 그리스인들은 은하수를 신의 분노로 탄생한 것으로 여겼다. ‘은하(Galaxy)’라는 단어는 ‘우유(Gala)’에서 유래했다. 신화에 따르면 결혼과 가정의 여신 헤라가 잠든 사이 하늘의 신 제우스가 자신의 사생아인 헤라클레스를 데려와 몰래 젖을 물렸다. 아직 신생아였지만 헤라클레스의 힘이 워낙 세서 헤라가 잠에서 깨어났고, 놀란 헤라는 그를 밀쳤고 이때 뿜어져 나온 젖이 은하수가 되었다.

‘은하수의 기원’, 1575. 야코포 틴토레토 | 런던 국립미술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기원전 80년~기원전 20년경)는 은하수에 얽힌 또 다른 설화를 기록했다. 기록은 은하수가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 파에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파에톤이 아버지의 황금 마차를 몰래 몰고 나갔다가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마차를 끄는 것에 놀란 말들이 미친 듯이 질주하면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마차는 우주를 가로질러 질주하기 시작하며 지구에 폭풍을 일으키고 땅을 바싹 말리기도 했다. 이에 제우스는 올림포스산에 위치한 신의 성지를 불태울까 두려워 결국 그에게 번개를 던졌다. 결국 파에톤과 마차는 번개를 맞아 불타며 추락했다. 거기서 발생한 그을음과 연기가 은하수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견우와 직녀

건륭제가 1736년부터 1795년까지 집필한 ‘시경’의 한 페이지 | 국립고궁박물관, 타이베이, 대만

중국의 고대 신화에도 은하수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가 있다. 견우직녀 설화(牽牛織女說話)는 3000년 전 시경(詩經)에 기록된 이래로 지금까지 민간에 널리 전해진다. 견우성(알타이르)과 직녀성(베가)은 서로 사랑했지만, 천신이 두 사람의 만남을 금지하며 둘을 떼어 놓기 위해 하늘에 강을 만들어 은하수가 생겼다고 한다. 강 너머에서 직녀는 베를 짜며 견우와의 재회를 꿈꾸고, 견우는 두 자녀와 함께 멀리서 그녀를 지켜본다. 그러나 매년 음력 7월 7일이면 까치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다리를 놓고 하루 동안 둘은 재회한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칠석일로 남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한다.

베이징 이화원의 복도에 걸린 그림 속 견우와 직녀, 아이들의 재회 모습 | 퍼블릭 도메인

별이 전하는 교훈

이처럼 은하수는 고대부터 단순한 하늘의 우윳빛 띠가 아니었다. 별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 교훈을 담는 신화의 무대였고 별은 우리가 누구인지, 세상에 왜 왔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존재였다. 파에톤은 오만함이 부른 파국을, 견우는 인간의 사랑이 신의 질서에 도전할 때의 대가를 상징한다. 이 이야기들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닌 교훈과 성찰을 전하는 매개체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력과 교훈의 원천이었던 별들은 하늘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밤하늘의 밝기는 증가하고 별을 선명히 보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은 단지 천문학적 손실이 아닌 문화적 상상력과 정서적 유산의 손실이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적외선 이미지. 우리 은하의 나선 구조를 이루는 수많은 별을 보여준다. | 퍼블릭 도메인

별은 우주의 물리적 존재이자 인간 정신의 거울이다. 선조부터 우리는 별을 보며 신화를 만들고 신을 믿고 사랑과 교훈을 전해 왔다.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밤이 밝아졌다는 뜻이 아닌 인간이 품었던 우주의 이야기가 흐려진다는 의미다. 우리는 밤하늘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별이 들려주던 이야기와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