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2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소비하는 사람들은 비사용자에 비해 짜증 지수가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표준 민감성 테스트에서 비사용자보다 평균 3점 이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사용량에 따른 반응 차이
지난해 1월 8일, 미국의사협회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이 연구는 소셜 미디어 사용과 짜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기존 연구들이 우울증과 불안에 초점을 맞췄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번 연구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4만25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약 80%는 하루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간단 민감성 테스트(Brief Irritability Test)를 통해, 하루 여러 차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비사용자에 비해 평균 1.43점 더 높은 짜증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소셜 미디어에 소비하는 사람들은 짜증 점수가 3.37점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이런 결과가 ‘용량-반응 관계’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즉, 소셜 미디어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짜증 점수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와 감정적 스트레스
소셜 미디어는 종종 지나치게 필터링되고 정교하게 편집된 현실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타인의 행복한 삶, 휴가, 연애, 이상적인 외모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족, 질투, 좌절감을 느끼기 쉬워지고, 이는 불만과 짜증을 더욱 증폭할 수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과도한 스크린 엔터테인먼트는 기본적인 스트레스 수치를 높여 불안과 짜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자 기기에서 방출되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패턴을 방해해 수면 부족을 유발하고, 이는 기분을 악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틱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빈번한 사용이 짜증 증가에 미치는 연관성 주목
특정 플랫폼에서 그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하루 대부분을 틱톡에서 보내는 사용자들은 짜증 지수가 1.69점 증가했으며, 페이스북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에도 1.4점의 증가를 보였다.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에서의 정치적 참여가 짜증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으며, 정치적 토론 빈도가 높은 경우 짜증이 증가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하지만 정치적 참여를 통제한 후에도 소셜 미디어 사용 자체가 짜증 점수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남았다.
주요 한계와 추가 연구 필요성
연구진은 ‘짜증’을 우울증이나 불안과는 별개로, 중요한 정신 건강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인과 관계를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과, 응답자의 기억 편향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는 자기보고식(Self-report) 데이터에 의존했다는 점 등이다.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와 기분 간의 연관성은 복잡하며, 양방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부 플랫폼 알고리즘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특정 플랫폼의 사용 방식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소셜 미디어 사용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개입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