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주요 그룹이 2025년 정기 인사를 발표하는 가운데, 승진자 수를 줄이면서 조직을 축소하는 긴축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 전략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내주 예정된 SK그룹도 앞서 발표된 재계의 인사와 궤를 같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긴축과 안정에 방점을 찍은 주요 그룹으로 삼성전자와 롯데그룹을 꼽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 승진이 4년 연속 감소했다. 이번 인사 폭은 최근 7년 동안 가장 낮은 규모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29일 단행한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살펴보면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 10명 등 총 137명만이 승진했다. 삼성전자 승진 임원 폭은 꾸준히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7년간 수치를 보면 2019년 158명, 2020년 162명, 2021년 214명, 2022년 198명, 2023년 187명, 2024년 143명, 2025년 137명으로 2021년 인사에서 200명대를 기록했으나 4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측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성과주의 원칙 아래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 결과 그룹 전체 임원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고 최고경영자(CEO)도 36% 교체되는 변화가 이뤄졌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1년 임원 인사보다 큰 폭이다. 여기에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퇴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1970년대생 CEO 12명을 새로 임명해 성과 위주의 젊은 리더들로 진용을 다시 짰다. 새로 선임된 대표이사는 롯데면세점 김동하 대표이사(1970년생),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이사(1970년생), 롯데엠시시 박경선 대표이사(1970년생),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황민재 대표이사(1971년생) 등이다.
삼성전자와 롯데그룹은 올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긴축 인사가 불가피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단, 올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발표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올해 기업 경기가 불안정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현대차의 경우엔 최근 장재훈 대표가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호세 무뇨스 사장을 첫 외국인 CEO로 배치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사업 대응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유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지금 재계 트렌드는 단연 ‘긴축 경영’”이라며 “이러한 추세는 최근 주요 그룹에서 단행된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긴축 경영과 함께 생산 효율성을 높일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가 몸을 움츠리면서 투자도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3% 줄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직면했던 2020년 당시 기업 투자가 16.9% 증가한 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긴축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부터 집권할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비도 지금은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