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좌파가 서방세계 위협”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경고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4년 05월 07일 오후 1:23 업데이트: 2024년 05월 07일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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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낸 책이 미국과 영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 내 좌파 진영은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가진 트러스 전 총리가 책을 낸 것을 두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우파 싱크탱크와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세계에서 벌어지는 좌파들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려면 앞으로 10년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 49일 만에 퇴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책 ‘서방세계를 구할 시간은 10년’ 화제

지난 4월 트러스 전 총리는 ‘서방세계를 구할 시간은 10년’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은 “좌파들이 내세우는 아이디어들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계를 망치고 경제·문화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좌파가 서방세계에 대해 전방위적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서양 양쪽(미국과 영국)의 보수우파 정치인은 정신 차리고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이 나온 뒤 영국 일부 매체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가디언>은 그의 재임 기간이 49일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양상추 총리’로 불린다는 점을 지적한 뒤 “트러스가 ‘세계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트러스는 누가 구할까”라고 조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으로 “트러스가 아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선을 넘었다”고 비아냥거렸다.

BBC는 트러스 전 총리를 초대해 인터뷰를 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중국·이란에 공격적으로 맞서는 트럼프가 있을 때 세계는 더 안전했다”면서 “우리에게는 더 강력한 미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미국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러스 전 총리는 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는 “영국 좌파와 언론은 기회가 될 때마다 트럼프를 모욕했지만, 그는 중요한 동맹 지도자이자 자유세계 리더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절, 세계는 더 안전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정책을 쓸 수 있고, 더 공격적이었다”면서 “그가 서방세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러스 전 총리의 주장은 영국 내 좌파로부터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미국 내 우파들은 적극 공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우파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그를 초청해 강연도 가졌다. 트러스 전 총리는 “지금 서방세계는 전 세계 좌파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에 맞설 보수우파 활동가 육성 및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 트러스 전 총리, 헤리티지 재단 강연서 “英·美 비롯한 서방세계, 좌파와 싸움 나서야”

헤리티지 재단은 2020년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뒤 좌파와의 본격적인 ‘싸움’에 나섰다. 2014년에 창간한 매체 ‘데일리 시그널’도 이때부터 보수우파 매체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재단 측은 최근 트러스 전 총리 초청 강연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트러스 전 총리가 “좌파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맞서 싸울 보수우파 활동가들의 육성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데 강한 공감을 나타냈다.

트러스 전 총리는 강연에서 “미국은 영국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그나카르타(대헌장)부터 권리장전으로 이어진 대의민주주의가 미국 헌법을 통해 꽃을 피웠고, 이런 맥이 이어진 결과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수호자가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같은 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언급한 뒤 “이는 영국과 미국 시민들이 보수적 가치와 주권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어 트러스 전 총리는 “현재 (영국과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보수주의를 위한 투쟁과 영국의 총리 선출 빈도, 미국 하원의장 선출 빈도 등을 보면, 대서양 양쪽에서 보수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이후 좌파가 우위를 점했다. 이들은 생산 수단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논쟁하던 구식 좌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 자체에 도전하는 음흉한 사상을 가진 신좌파다. 우리는 이런 신좌파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지금 벌어지는 전투(좌우 대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단적인 기후변화주의자들의 득세와 원전 및 화력발전소 폐쇄 정책, 생물학적 성별 부정 추세, 불법이민 허용 확산,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정책과 이로 인한 부채 급증 등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 동시에 좌파가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 점을 보수우파가 싸움에서 지고 있는 근거로 꼽았다. 트러스 전 총리는 현재 서방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서방에 대한 일방적인 경제적 군축”이라고 지적했다.

◇ “올해 11월 美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하면 좌파들 또 몰려들어 공격할 것”

트러스 전 총리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에서 좌파의 득세 원인 중 하나로 보수우파의 비겁함을 꼽았다. 스스로를 보수우파라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보수우파적 주장은 펴지 않는 ‘무늬만 보수’라고 그는 지적했다. ‘무늬만 보수’는 좋은 직장과 높은 지위를 얻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서는 인권, 남녀평등, 환경보호 등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반대하는 게 아닌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게 트러스 전 총리의 분석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점점 커져가는 관료주의 조직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치학적으로 관료주의 조직은 꾸준히 확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좌파 이념에 경도된 관료들이 조직에 파고 들어가 내부에서부터 장악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좌파 관료들이 조직을 장악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더 큰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영국과 미국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 트러스 전 총리는 “저는 이런 좌파 관료세력과 싸운 결과 최단명 총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이어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좌파 세력이 다시 몰려들어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 보수우파는 당장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응책은 ‘강력한 보수적 정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 “전 세계 좌파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보수적 정치 기반’ 구축해야”

그는 ‘강력한 보수적 정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보수우파 활동가, 더 많은 보수우파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을 끌어들여 세력화하고, 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후원자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모은 보수우파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은 좌파 관료 조직을 해체하기 위해 나서는 동시에 ‘무늬만 보수우파’인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좌파의 주장에 대한 유화책을 끝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그는 “조금만 더 대담하게 일 처리를 했더라면, 조금만 더 정치적 의지가 있었다면 (보수우파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024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행정부와 정계의 좌파가 엄청난 저항을 할 것이며, 저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극단적이거나 악랄할 것이다. 따라서 헤리티지 재단 같은 싱크탱크를 포함해 미국 보수우파 진영이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트러스 전 총리의 책과 그의 강연 내용을 회원과 후원자에게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러스 전 총리는 미국이 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영국 정치인”이라고 극찬했다.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책과 강연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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