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청년 성공스토리] ③ “‘귀농 딱 1년만 빨랐어도…’라는 생각 요즘 많이 합니다”

황효정
2024년 03월 06일 오전 10:59 업데이트: 2024년 03월 06일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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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촌진흥청은 제1회 청년농업인 영농 생활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청년농업인이 공모전에 참가해 자신의 농촌 정착 과정의 경험을 나눴다. 총 78편 응모했으며 이 가운데 26편이 선발됐다.

다양한 이유로 농촌에 온 청년 26명의 이야기는 이후 책으로도 출판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층에게 생생한 정보를 공유했다.

농촌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편견을 뒤로하고 농촌이 가진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에 주목, 농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청년들.

에포크타임스는 이들 청년 중 5명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청년들은 “농촌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세계”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김기현 씨 제공

“귀농 딱 1년만 빨랐어도…매출 3억 달해”

올해로 귀농 5년 차에 접어든 김기현 씨는 전북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서울에서, 또 바다 건너 필리핀에서 근무 생활을 했다. 그러다 문득 ‘가장 잘하는 걸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기현 씨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과 ‘대학교에서 배운 농업지식’을 합쳐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린 답은 귀농이었다. 기현 씨는 그 길로 전북 김제로 내려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기현 씨지만 학교에서는 논에 들어가서 써레질하는 법, 모 심을 때 주의해야 하는 법 등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운 적 없었다. 많은 마을 주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농사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기현 씨는 “농사는 혼자 짓는 게 아니고 농부는 혼자 크는 게 아니다”며 “마을 어르신들이 나의 농사 스승님들”이라고 표현했다.

기현 씨가 스마트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기현 씨 제공

여기에는 기현 씨 나름의 노하우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 기현 씨는 마을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서류 처리 작업 등을 대신해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 어르신들이 발 벗고 기현 씨의 농사를 도와주었다. 기현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말이 있는데, 시골에서는 ‘기브 앤 테이크 모어(Give and Take more)’다”라며 먼저 융화되기 위해 다가가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만큼이나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정부의 다양한 청년농업정책이다. 기현 씨는 영농정착 지원금, 농업 교육 및 컨설팅 등 청년 창업농 제도 등을 언급하며 “지금 청년 농업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지원 정책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곳은 전 세계를 뒤져봐도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귀농·귀촌 생활이 잘 맞는다는 기현 씨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존재한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함께 시골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또래 청년들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기현 씨는 “지역 소멸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김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보다 많은 청년이 시골에서의 슬로우 라이프를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정주 요건 개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현 씨가 활동 중인 김제 청년 농업인 단체 ‘팀 빠머’|사진=김기현 씨 제공

농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귀촌을 고려 중인 청년들을 향해 기현 씨는 “농산업의 전방산업, 후방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품가공, 농기계, 농산업시설, 디자인, 농업AI기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들이 아직도 블루오션으로 존재한다. (직접) 시골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분명 무엇을 해야 할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기현 씨는 농사 외에도 현재 동료 팀원 3명과 함께 농업의 부가가치를 활용한 가공, 체험, 유통 등 6차 산업을 실현할 스마트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RPG 게임형 농촌 체험 프로그램’이 그 예다. 같은 해 토마토를 이용한 스무디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기현 씨가 온실 앞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기현 씨 제공

기현 씨는 자신의 귀농이 딱 1년만 빨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고백한다. 농사가 재미도 있으며, 재미뿐만 아니라 돈이 되는 일이기에 “이렇게 재미있고 돈 되는 농업을 왜 더 빨리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기준 기현 씨는 3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농사를 시작한 첫해에 생활비밖에 못 버는 정도였던 수준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농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해도 도시에 살 때보다 수입은 늘었고 생활비는 적게 들기 때문에 돈을 두 배로 버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기현 씨다. 그런 기현 씨에게 에포크타임스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기현 씨는 대답했다.

“귀농·귀촌의 삶은 마냥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양지나 도피처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멀리서 보기에는 풍요롭고 여유롭겠지만, 우아한 백조가 물 밑에서 발을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대부분이 나름대로 이 시골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문득 눈앞을 봤을 때 펼쳐지는 풍경, 피부를 감싸고 불어오는 바람에서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골의 삶은 여유롭지만 또 치열하다’ 이 말이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마음’이 여유로운 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