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의 대명사, ‘코코 샤넬’
편안함과 세련됨, 우아함을 접목해 패션계 혁명을 일으키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코코 샤넬. 프랑스 남서부 태생인 그녀의 본명은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1883~1971)이다.
프랑스의 국보급 디자이너로 칭송받는 가브리엘 샤넬을 기리는 전시가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제작했던 드레스, 모자, 가방, 향수 등 2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컬렉션을 직접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그녀의 미적 감각과 영감의 원천 등을 느낄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세련미
37년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20세기 패션계의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히는 칼 라거펠트(1933~2019)는 한 인터뷰에서 샤넬에 대해 “단순한 가정복을 입은 ‘시골의 오드리 헵번’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새틴 재질의 옷에 달린 요란한 장식보다 우아하다”고 평가했다.
샤넬의 작품들은 해부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편안함과 활용성을 기반에 두고 만들어졌다. 동시에 섬세함, 세련미와 우아함도 함께 염두에 두었다.
샤넬은 “패션은 변하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샤넬의 초기 디자인들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 봐도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됐다. 1916년 봄/여름 컬렉션에 전시된 샤넬의 실크 세일러 블라우스는 진열된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의상이다. 이 블라우스는 가벼운 원단, 섬세한 맞춤 제작 기법과 미니멀한 장식은 샤넬이 추구한 우아함을 잘 보여준다.
소재의 편안함
샤넬의 디자인이 매혹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작업복, 운동복 등 디자인을 중요시하지 않았던 옷에 미학적 요소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평소 야외활동과 운동을 즐겼던 그녀는 실용적인 원단을 활용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창조해 냈다.
샤넬의 실용적이며 세련된 디자인은 운동복, 일상복, 잠옷 등을 통해 빛을 발했다. 단순함을 기반으로 우아함을 창조했으며, 여성의 실루엣을 강조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만드는 것은 소재이지 장식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꼭 필요한 부분에만 장식을 추가했다.
정교한 안목과 다양한 미적 요소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인 호박단(taffeta. 광택이 있는 얇은 평직 견직물) 드레스와 재킷 수트는 1926년 봄/여름 샤넬 컬렉션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샤넬의 정교한 안목과 건축학적 미적 요소가 눈에 띈다.
샤넬은 “모든 것은 비율의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이 드레스는 하나로 된 원피스지만, 장식으로 달린 벨트와 디자인 덕에 상의와 하의가 나뉜 듯 보인다. 드레스 상단부 밑단은 유럽 성의 흉벽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 구현되어 있고, 하의 부분은 기둥처럼 보이는 주름이 있다. 그녀는 이 독특한 의상에 커다란 검정 리본을 추가해 전체적 완성도를 높였다.
샤넬은 이 외에도 의상에 다양한 요소를 새롭게 추가했다. 레이스, 술(태슬), 스팽글 등의 장식을 활용해 신체의 윤곽을 도드라지게 하거나 반짝이는 효과를 추가했다. 또한 그녀는 비대칭을 의상에 적용해 인체의 아름다운 곡선이 돋보이게 했다.
샤넬의 상징적 요소
많은 사람들은 샤넬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요소 중 하나로 트위드(굵은 양모를 꼬아 만든 직물)를 꼽는다. 그녀가 디자인한 트위드 정장은 샤넬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영국의 실용적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영국 여성들이 사냥・사격할 때 ‘테일러 메이드’라고 불리는 트위드로 만든 옷을 입는 것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샤넬은 트위드가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기 위해 재킷, 블라우스, 치마 등에 적용했고 여러 색을 입힌 트위드로 변형을 주기도 했다. 그녀가 만든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은 현재까지도 즐겨 사용되며 세계 여성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트위드와 함께 샤넬을 상징하는 대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퀼팅 백이다. 퀼팅이란 피륙과 피륙 사이에 심 또는 솜을 넣고 바느질해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이다. 샤넬은 기존 이불이나 겨울철 겉옷을 만들 때 사용한 이 기법을 가방에 적용했다. 퀼팅 백에 달린 금속으로 된 체인 끈은 그녀가 어릴 적 생활했던 수도원에서 본 열쇠고리에서 착안한 것으로 퀼팅 기법으로 만든 가방과 더불어 샤넬의 상징 요소가 되었다.
샤넬의 마지막 컬렉션
샤넬은 87세인 1971년 마지막 컬렉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그녀의 작품들은 전 세계 많은 여성에게 활동의 자유를 줌과 동시에 과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세련된 우아함을 안겨줬다. 파리 시립 패션 미술관장 미렌 아르잘루즈는 샤넬에 대해 “그녀의 작품들은 패션에 대한 새로운 선언이자 시대를 초월한 유산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소재를 알아보는 심미안과 천재적인 재능, 완벽을 추구한 섬세함과 사업 수완까지 겸비했던 가브리엘 샤넬은 ‘샤넬’이라는 거대한 명품 브랜드를 창조해 지금까지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한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