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의 탄생과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예술 소재 중 하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자 동방에서 온 세 명의 박사가 별의 인도를 받아 세 가지 선물인 황금, 유향, 몰약을 가지고 예수를 경배하러 왔습니다.
과거 1500년경 이탈리아 북부의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는 르네상스 유럽의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주제인 ‘동방박사의 경배’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했습니다.
만테냐는 좁은 공간 속에 인물들을 가깝게 배치해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왼쪽에는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예수를 안고 있고, 아기 예수는 축복의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세 명의 동방박사가 선물을 들고 예수와 그의 가족을 향해 경외심과 기쁨, 금욕의 표현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만테냐의 세밀한 그릇들
만테냐는 감정을 묘사하는 것에 뛰어났지만 의상과 사물을 묘사하는 데에도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세부적인 묘사를 중시했던 만테냐는 아기 예수에게는 로마의 전통 의상인 토가를 입혔고, 동방박사에게는 화려한 모피 코트를 입히고 귀걸이를 달고 터번을 씌웠습니다.
또한 만테냐는 동방박사가 들고 있는 그릇의 묘사에도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두 명의 박사가 들고 있는 컵들은 아름다운 광석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섬세한 뚜껑이 달려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형적인 중국 명나라 청화백자 형태로, 아름다운 푸른색 무늬가 돋보입니다. 컵의 가장자리에는 식물 모양의 테두리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고, 하얀 바탕에 파란색 무늬가 우아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벨리니와 중국의 청화백자
오늘날 역사학자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무역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엄청난 무역의 발달로 중국의 도자기와 중동의 모조품들이 이탈리아 북부의 주요 상업 중심지였던 베네치아로 유입됐습니다. 또한 귀중한 예술품이 기독교와 이슬람 국가 간에 외교적 선물로 오가기도 했습니다.
당대의 화가 젠틸레 벨리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지만, 오스만 제국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술탄 메흐메트 2세를 위해 많은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메흐메트 2세는 보답으로 서양에 많은 선물과 사절단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외교적 경로를 통해 중국의 청화백자가 이탈리아로 전해졌고, 안목 있는 예술가와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젠틸레의 동생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조반니 벨리니가 1514년 그린 작품 ‘신의 향연’에도 청화백자가 등장합니다. 작품 속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이 술을 들이켜고 있고, 그 옆으로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 최고의 신 제우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왼쪽에는 어린 모습을 한 술의 신 바쿠스가 병에 술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로마의 신인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그릇은 하얀 바탕에 푸른 무늬가 영롱한 중국의 청화백자입니다.
알폰소 데스테 공작의 주문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주문자의 취향을 가득 담았습니다. 중국산 도자기가 귀족과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자, 공작은 작품 속 인물들이 중국 도자기를 사용하기를 주문했고, 이에 조반니는 그리스 신들이 중국의 청화백자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을 그려냈습니다.
이처럼 명나라에서 르네상스 유럽으로 흘러간 아름다운 도자기는 풍요로우면서 신비로운 동양을 가리키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동양의 상징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만테냐는 신학적 주장을 펼칩니다. 동방박사의 손에 들린 청화백자 컵은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기 위해 먼 동양에서 온 지혜와 부, 화려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반니의 작품도 비슷한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속 그리스의 신들은 어린 바쿠스가 나눠준 포도주에 취해 한가롭게 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청화백자들은 그리스 신들의 즐거운 시간에 보탬이 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륙을 건너 멀고 먼 유럽에 닿아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고 고전 작품 속에도 등장하는 중국의 청화백자. 과거 르네상스 시기에 중국의 예술품들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명확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문화의 흐름은 여러 그림 속에 증거로 남아 우리에게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다얀(Da Yan)은 유럽 미술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자란 그는 미국 북동부에 거주하며 미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영상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