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같은 이발소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온 이발사와 단골손님의 따뜻한 전통이 화제다.
올해 78세 영국인 샘 파 씨는 전직 보도사진기자 출신으로, 단골 이발소에서 10년마다 한 장씩 사진을 찍었다.
지난 1973년, 파 씨는 이발사 조 페이스 씨가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는 동안 흑백필름이 담긴 카메라로 처음 사진을 촬영했다.
파 씨는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를 회상하며 “당시로서는 큰돈이었던 100파운드(한화 약 16만원)에 카메라를 구입하고 많은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곤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자기 사진은 찍은 적이 없던 파 씨는 자기 모습을 찍기로 결심하고 페이스 씨와 사진 찍기 전통을 만들었다.


이후 10년을 주기로 함께 사진을 찍어온 두 사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몇십 년 동안 이들의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촬영 장소는 늘 페이스 씨의 이발소였다. 파 씨는 첫 이발 이후 줄곧 같은 머리스타일을 유지했다.
파 씨와 페이스 씨는 각 사진에서 모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결같이 멋지게 정돈된 머리를 자랑했다. 사진에서 거의 유일하게 달라지는 부분은 바로 카메라였다. 매번 카메라가 바뀌었고, 2023년의 파 씨는 아이폰으로 사진을 남겼다.
특히 2023년은 사진 찍기 전통 50주년이 되는 해로, 페이스 씨는 파 씨의 머리를 공짜로 다듬어주었다.
파 씨는 “내가 올 때마다 조는 항상 ‘올해는 30년이 지났네’, ‘벌써 40년이 지났어’라고 말하곤 했다”며 “나는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항상 함께하며 평생 절친한 친구가 돼온 두 사람.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3년이 마지막 사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 씨가 파킨슨병을 앓아 더 이상 카메라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기 때문.
파 씨의 딸 니키 씨는 “그래도 사진 찍기 전통은 아버지에게 좋은 추억이 됐다”며 “최근 온라인에서 아버지의 사진에 관한 게시물을 봤다. 수천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더라”고 했다.
“댓글들은 50년에 걸친 사진들 속 친구와 함께 있는 아빠가 항상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을 짚어주고 있었어요.”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