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20일 우주인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기며 이렇게 말했다.
곧이어 두 번째 발자국이 새겨졌다. 달 착륙선 이글호에 탑승하고 있던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이었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뒤 가장 먼저 성조기를 꽂았다.
이후 지진계와 레이저 반사경 등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달 암석을 채취하는 등 달 탐사 임무를 수행했다.
전 세계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숨죽여 지켜봤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이름을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그런데 달 상공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이들이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령선을 지킨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였다.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이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에 쏠리는 바람에 마이클 콜린스는 흔히 ‘가장 고독했던 우주인’, ‘잊힌 우주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우주인이자 인류의 영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우주인을 꿈꾼 파일럿
마이클 콜린스는 1930년 10월 31일 군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 육군소장, 삼촌은 6·25전쟁 당시 미 육군참모총장이었다. 또한 그의 형과 사촌까지 모두 군인이었다.
그 뒤를 따라 마이클 콜린스도 1948년 미국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공군에 입대해 비행 훈련을 받고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테스트 파일럿이 되었다.
하늘을 날던 그가 우주를 바라보게 된 건 1962년이었다.
당시 존 글렌(John Herschel Glenn, Jr.)은 미국 최초로 우주 궤도를 비행하는 데 성공하며 국민 영웅이 됐다.
이 성취에 크게 감명받은 마이클 콜린스는 그때부터 우주인을 꿈꿨다.
이듬해인 1963년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지원해 제3기 우주비행사로 선출됐다.
마이클 콜린스의 첫 번째 우주 임무는 제미니 10호 비행이었다. 이는 달 착륙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훈련의 일환이었다.
1966년 7월 그는 제미니 10호를 타고 지구를 46회 선회해 무인 위성 아제나 10호와 도킹(Docking, 우주에서 다른 비행체와 결합하는 작업)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마이클 콜린스는 뛰어난 임무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아폴로 11호의 조종사로 발탁됐다.
그렇게 그는 인류 최초로 달을 탐사하는 우주인 세 명 중 한 명이 됐다.
가장 고독한 22시간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는 약 4만 km/h의 속도로 달을 향해 나아갔다.
나흘 간의 비행 끝에 달 궤도에 도달했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착륙선 이글호에 탑승해 달 표면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이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약 22시간 동안 마이클 콜린스는 사령선에 홀로 남아 달 궤도를 선회했다.
사령선이 달의 뒷면으로 진입했을 때 48분간 지구와 교신이 끊기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 자신뿐이다. 홀로 있는 이 순간이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다”는 메모를 남겼다.
가장 고독한 22시간이 지나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다시 사령선에 탑승했다. 이후 인류 최초의 임무에 성공한 우주인 세 사람은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마이클 콜린스는 동료들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달 표면 한 번 밟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 우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아폴로 11호 임무는 그의 마지막 우주 비행이었다.
1970년 마이클 콜린스는 NASA를 떠나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국립 항공우주 박물관장 등을 지냈다. 우주 비행 경험을 담은 자서전 ‘Flying to the Moon: An Astronaut’s Story’를 펴내기도 했다.
‘잊힌 우주인’은 2021년 4월 28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NASA는 “한때 마이클 콜린스는 동료들이 달에 내려간 사이 홀로 사령선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며 ‘가장 외로운 인간’으로도 불렸다”며 “이제 우리는 그를 달 착륙을 이끈 리더로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