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인플레이션 억제책 세 가지를 내놓았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이나 경제학 이론으로 볼 때 이 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미 행정부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과 정부의 부양책을 연계하지 않으려 한다면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을 것이고,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31일 백악관에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만나 인플레이션 억제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후 의회 청문회를 통과해 연준 의장을 연임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시작 전 기자들에게 “나는 그들(연준)의 매우 중요한 작업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내 계획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본 입장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이 비공개 회동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연준의 통화정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 이런 만남은 사실 필요하지 않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모든 결의와 결정, 그리고 그들의 통화정책 계획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동 전날인 5월 30일 바이든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나의 계획(Joe Biden: My Plan for Fighting Inflation)’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인플레이션 문제를 최우선 경제 과제로 삼는다”며 미국인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링크]
바이든 대통령은 이 글에서 치솟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과 요동치는 세계 에너지 시장, 불안정한 공급망 등이 미국인을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자신이 물가 상승으로 문제가 됐던 가정에서 자랐기에 미국인들의 생활고를 잘 안다면서 “하지만 이런 도전에 대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억제책은 세 가지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지지하고,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고, △연방정부 적자 축소를 위해 세법을 개혁하는 것 등이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주요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역대 대통령들은 물가 상승기에 연준의 의사결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서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날(31일)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만나 인플레이션 억제 대책을 논의했다. 파월 의장은 2018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의장을 맡고 있다.
파월 의장의 교육 배경을 보면,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조지타운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는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이사회 의장에 임명됐고, 또 2021년 11월 22일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의장에 재임명됐다.
이렇듯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파월 의장의 연임 인준안은 3월 16일 압도적인 찬성(반대 1표)으로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고, 지난 5월 12일 찬성 80표 반대 19표로 상원을 통과했다.
파월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직후 미국의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 축소(테이퍼링)를 선언했다. 당시는 2021년 11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6.8%에 불과했다.
그 후 반년 만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8.4%로 급등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인건비 상승을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파월 의장으로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 침체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임금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의 근원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정책과 금리의 문제로, 파월 의장은 인건비와 임금 수준의 문제로 꼽았다.
그러나 필자는 정부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고 통화를 필요 이상으로 푼 것이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또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한 급진적인 그린에너지 정책을 펴면서 석유 생산을 억제한 것도 반세기 이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주요 요인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는 경기부양책을 남발하면서도 연준에 책임을 떠맡기고 있다. 파월 의장은 임금 상승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에서는 연준이 바이든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두 번째로 “근로자 가정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치솟는 유가를 잡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급등의 원인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돌리면서 미 의회에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주장에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전부터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할 때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치솟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2% 미만에서 지금은 8.4%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푸틴의 잘못이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에 따른 석유 채굴 제한으로 인해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상실한 결과다. 그렇다면 고유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국은 이미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있고 전략 비축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지만 유가는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좌파의 그린에너지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 석유 채굴을 개방하지 않고, 캐나다 석유를 미국 멕시코만의 정유지역에 들여오는 키스톤XL 송유관을 건설하지 않는 한 고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든의 세 번째 계획은 세법에 대한 상식적인 개혁을 통해 연방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연방 적자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2년 동안 오히려 정부 지출을 늘리고 연방 적자를 크게 늘렸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2021년 말 28조4300억 달러에 달했고, 올해 1월 말 30조 달러를 넘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법을 상식적으로 개혁함으로써 연방 적자를 줄이고 물가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구체적인 조치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소득이 높은 미국인에게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는 경제 논리에 어긋나기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
미국은 이미 누진제 세율제도를 실시해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높다. 이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취하는 방식으로, 도덕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그리고 법인세 세수를 늘리면 더 많은 미국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해외로 나간 자금과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하게 하려면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감세정책을 써야 한다. 그래서 세 번째 조치도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3가지 인플레이션 대응 계획은 냉정하게 보면 모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계획에 대한 토론을 환영한다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자신이 이전에 판단한 인플레이션 추이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수주의 학자들의 분석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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