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코로나에 경기 침체 장기화
공산당 정권 지탱하는 경제력에 충격파
역사적으로 한 국가 혹은 정권이 붕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전염병이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가 그랬고 중국의 역대 왕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중국은 이 두 가지 요소에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전염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이 당사국은 아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만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염병은 중국 정권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전염병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화(禍)를 자초한 부분이 크다. 전염병 자체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는 방역을 이유로 강압적 통제를 시행하고 사람들을 공포의 늪에 빠뜨려 사회 작동 메커니즘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 사태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지만, 치사율이 훨씬 낮아진 오미크론 변종으로 대체되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방역 승리를 선언했던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극단적인 방역 조치에 있기 때문이다.
전쟁과 전염병의 충격은 대부분 경제 파괴로 이어진다. 어떤 국가든 사회 구조는 개인과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전쟁과 전염병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면 가정도 사회도 심각한 상황에 빠진다.
신화통신은 19일 ‘당면한 중국 경제의 10가지 질문(當前中國經濟十問)’이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대변하는 것 외에도 중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극도의 우려도 나타냈다.
이 글에서 드러난 사실을 간단히 살펴보자. 신화통신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고, 작년 4분기(4%) 성장률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중국의 3대 경제성장 엔진인 투자, 소비, 대외무역이 각각 9.3%, 3.3%, 10.7% 증가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면 문제점을 볼 수 있다.
우선 대외무역 데이터를 살펴보자.
1분기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202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물량은 4.2% 감소했고 금액은 20.9% 증가했다. 천연가스는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했지만 실제 수입량은 5.1% 감소했다. 즉 급격한 글로벌 인플레이션(가격 상승)과 여러 요인으로 수입 가격이 상승해 중국의 대외무역 금액은 증가했지만 실제 거래량은 감소했다.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3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5%로 2월보다 0.7% 하락했다. 또한 3월 수출 증가폭이 하락세를 보이고 수입 증가폭은 2021년 1·2월보다 15.6%포인트 감소했으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원자재 원가가 상승하고 수주량이 줄어들었다.
동아시아 경제발전 모델은 일본에서 시작된 수출주도 성장모델로, 경제성장은 주로 대규모 수출에 의존한다. 홍콩·대만·한국·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도 같은 모델이다. 중국도 예외 없이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은 비록 1분기에 수출입 금액으로는 10.7% 증가했지만, 실제 화물량은 오히려 줄었고 줄어드는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투자 부문도 마찬가지다.
신화통신은 ‘10가지 질문’에서 중국 정부가 주도한 인프라 투자가 6365억으로 8.5%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이 늘어난 투자비 중 대부분(심하면 전부)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잠식’될 것이다. 즉 투자비를 늘렸지만 원자재 등이 올라 투자비를 늘린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중국의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최대 50%까지 치솟았다가 연말에는 다소 낮아졌지만 올 1분기에 다시 10%가량 올랐다. 철근 가격도 올 1분기에 10% 넘게 올랐다. 이들 품목이 가격이 오른 것은 석탄 가격이 오른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 부문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수치에 따르면, 소비는 3% 증가했지만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상승폭이 매우 작다. 이 공식 수치는 매우 의문스럽다. 모두가 물가상승이 주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신화통신도 이를 인정하면서도 돼지고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대폭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필품 가운데 돼지고기 외에는 가격이 떨어진 품목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여전히 자기최면을 걸고 있다. 중국이 최대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어 경기 하강에 대응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물리학의 원리, 뉴턴의 법칙이다.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그 운동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데 필요한 외력(外力·외부에서 작용하는 힘)도 커진다. 따라서 국가의 덩치가 클수록 경기 하강세가 이미 형성된 상황에서 이를 변화시키려면 더욱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즉 중국은 덩치가 커서 쉽게 쓰러지지는 않지만 쓰러지려고 비틀거릴 때는 바로 세우기가 쉽지 않다.
중국 관영 언론은 세계 경제대국의 경제성장은 주로 소비에 의존하며,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내 경제 성장의 70% 이상을 국내 소비가 이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가 50% 정도에 머물렀고 최근 2년은 40%대로 떨어졌다. 원인이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고 실제 상황도 복잡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빈부 격차가 원인이다.
한 사회의 부의 증가분이 일반 국민에게로 돌아간다면 사회의 부는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만, 이 부의 증가분을 부유층이 나누어 갖는다면 이 부는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 이 개념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돈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많이 갖게 되면 외식을 더 많이 하거나 자동차를 더 사기보다는 투자를 할 것이지만, 일반인은 소득이 증가하면 외식비도 늘리고 자동차도 살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부의 분배가 부자에게로 쏠렸을 때는 투자가 증가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로 쏠렸을 때는 소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진핑이 공동부유(共同富裕·더불어 잘살기)’ 정책을 추진하는 목적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중국 사회의 부의 증가분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해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 즉 불확실한 대외수출이 아닌 국내 소비가 중국 경제성장을 이끌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기에 이미 내놓았던 정책이다. 당시 중국 당국이 ‘분배제도 개혁’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는데, 부의 분배를 사회 하층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개혁 정책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14일 중국 부자연구원인 후룬(胡潤)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후룬재산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 현재 중국에서 자산 규모가 1000만 위안(약 19억원) 이상인 ‘상위 순자산’ 가구는 206만 가구에 달하며, 1억 위안(약 190억원) 이상인 ‘초상위 순자산’ 가구가 13만 3000 가구에 달한다.
지난 3월 발표된 ‘초상은행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부자(자산 1000만 위안 이상)는 9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07%를 차지한다. 자산이 50만 위안 이상인 중산층은 2.05%로 전체 자산의 50.58%를 보유하고 있다. 이보다 적으면 일반 민중이다. 그들은 총인구의 97.88%를 차지하지만, 전체 부의 17.87%를 차지하고 1인당 자산은 1만1400위안(약 216만원)에 불과하다.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0.44 정도로 선진국 중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중국은 얼마일까? 중국 당국이 2011년 발표한 수치는 0.47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2011년 이후 이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고, 다른 학술기관의 발표도 허용하지 않았다. 2014년 미시간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중국 가계소득의 지니계수는 0.55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사실 이는 그다지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은 당정(黨政) 간부들이다. 그들 가족과 친족의 재산은 일반 국민들보다 훨씬 많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중국 부호 1명 배후에는 그와 함께 부를 나누는 관료 가문이 10개 정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최고위층에서부터 말단 관료에 이르기까지 관료 집단은 부호들과 부를 나누는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사회의 부가 일반 국민들에게 분배되는 것을 원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공동부유’ 정책도 각급 관료를 통해 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기들 이익을 해치고 남(일반 국민)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할까?
그래서 중국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다시 소비 문제로 돌아가보자. 사회의 부가 부유층으로 흘러갔을 때 그 부는 소비보다는 투자를 자극할 것이다. 중국의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신화통신은 또 하나의 데이터를 제시했다. 바로 중국의 24세 이하 청년층 실업률이 16%에 달한다는 것이다. 올해 중국은 약 1600만 명이 고용 시장에 진입한다. 이 중 대학 졸업 예정자가 무려 1076만 명이나 된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급감하는 추세다. 과거 고용을 많이 창출했던 빅테크 기업이나 에듀테크(교육기술) 산업이 작년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인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실업 문제는 당국의 큰 골칫거리다.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데이터는 신뢰할 수 없지만, 최근 발표한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 안팎으로 미국과 비슷하다. 지금 미국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고, 많은 기업이 직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실업률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1분기에 얼마나 성장했을까? 2% 미만이다.
중국은 심각한 실업 문제를 안고도 4.8%의 성장을 이룬 반면, 미국은 경제 성장률이 2% 미만인데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 나라의 수치 중 하나는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중국 경제가 향후 직면하게 될 진짜 문제는 대외무역일 것이다.
2021년 중국 GDP는 114조 위안, 수출입 총액은 39조 위안으로, 대외무역이 GDP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달한 광둥(廣東)·저장(浙江)·장쑤(江蘇)·산둥(山東) 등의 지역이 모두 수출에 의존하다. 이 지역의 기업들은 중국 당국이 강행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납기를 정할 수 없어 해외 주문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외자 이탈이 계속되면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중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4월 중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10년물이 2.893%, 30년물이 2.984%로 치솟은 반면 중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863%에 그쳐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한편, 미국 경제는 과열돼 금리를 올려야 하고 중국은 너무 냉각돼 금리를 내려야 하는 반주기적(Anticyclical)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 그 결과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가고 중국 시장에 투자한 자금은 대거 이탈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중국 내 외국 자본 이탈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에 달했고, 이 추세는 미·중 금리가 역전됨에 따라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앞서 이 글을 시작하며 사회 붕괴를 초래하는 두 가지 요소를 전쟁과 전염병이라고 밝혔다. 전쟁과 전염병은 경제 위기와 결합하면 파괴력이 증폭된다. 필자는 중국 공산당이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경제적으로 약해지면 무너진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이미 장기 불황에 빠져 있다. 경제 대공황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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