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위보와 인민망 한국대표처를 둘러싼 미스터리

유령회사 만들어 막대한 영업적자 내며 한국에서 추구하는 바는?

최창근
2021년 05월 07일 오후 8:08 업데이트: 2021년 05월 08일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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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역풍을 맞아 표류하고 있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 사업에는 한 중국인 여성, 저우위보(周玉波·주옥파)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의 입김이 배어 있다.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와 더불어 저우위보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인터넷상에서 ‘저우위보’ 혹은 ‘주옥파’ 관련 글들이 하나 둘 씩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됐다. 주로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주옥파’ 인물 정보도 사라졌다. 일부 유튜브 채널의 경우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코리아 법무팀으로부터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해당 동영상 수정을 요구받았고 결과적으로 동영상을 내려야 했다.

현재는 삭제된 ‘주옥파’ ‘저우위보’ 네이버 인물 정보. | 네이버 화면 캡처

로펌 통해 누리꾼 고소·고발 협박… 사라지는 게시물들

저우위보에 대해 부정적인 글이나 동영상을 게시하거나 공유한 일부 누리꾼들은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관련 게시물을 삭제 혹은 비공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걸겠다는 서신을 받기도 했다.

전자우편은 총 7항으로 누리꾼들의 게시물을 캡처·인쇄해 보관하고 있으며, 해당 게시물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타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어 민·형사상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수 누리꾼은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협박에 굴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해야 했다.

누리꾼들에게 발송된 모 법무법인 명의의 서신. 저우위보 관련 게시물 관련해 고소·고발을 시사하고 있다.

2011년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 부임 후 1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종횡무진하던 저우위보가 돌연 자신의 온라인상 프로필을 지우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글을 게시하거나 공유한 누리꾼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사 대표’라는 명함을 들고 사실상 로비스트로 활동해 온 저우위보의 지난 행적과 더불어 미스터리한 대목이다.

설립 이래 현재까지 저우위보가 대표를 맡고 있는 인민망 한국대표처도 의문에 싸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인민망은 어떤 회사일까. ‘인민망(人民網·people.com.cn)’은 1997년 1월 1일 서비스를 개시한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2011년 9월 27일 7번째 외국어판 서비스로 한국어판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해 11월 1일 자(子)회사 형태로 인민망 한국대표처(지국)인 ‘주식회사 피플닷컴 코리아’를 설립했다. 한국 진출 외국 언론사 중 첫 번째 현지법인이자 인민망의 3번째 해외법인이다.

이와는 별도로 ‘인민일보’는 또 다른 자회사 인민일보문화전매(人民日報文化傳媒)의 한국 법인으로 2016년 ‘인민일보문화전매 한국대표처(약칭 인민일보 한국대표처)’를 설립하고, 청위친(承玉琴)을 대표로 선임하였다.

따라서 ‘인민일보 한국대표처’와 ‘인민망 한국대표처’는 별개의 법인이다.

인민망 한국대표처, 중국 공산당의 대외 홍보 임무

한국 법인 설립 4년 차였던 2015년 인민망은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인민망 한국어판의 모든 기사가 네이버 검색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고 있고, 인민망은 네이버 뉴스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한국어로 기사를 제공하는 유일한 중국 매체로 자리매김 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신화통신사와 더불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3대 매체인 인민일보가 인민망을 설립한 배경은 무엇일까.

피플닷컴 코리아 홈페이지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인민망은 (중국 공산)당과 국가 거버넌스의 중요한 자원·수단이다. 아울러 피플닷컴 코리아는 (중국 공산)당 중앙 차원의 대외 홍보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고 스스로 소개하여 중국 공산당의 해외 선전기구라는 본래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설립 시부터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저우위보의 행적과 더불어 인민망이 한국 현지법인을 설립·운영하는 본래 목적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 인민망 한국어판은 홈페이지에 그간 한국에서 이룬 성과물로 ‘강원도·전라남도 등 10여 개 한국 시·도급 지방 정부(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해 황해경제자유구역청,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청, 한국 해외홍보원 등 한국 정부 기관과도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한중 교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강원도와 황해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피플닷컴 코리아는 전체 직원 4명 규모의 소기업이다. 법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저우위보(周玉波·1975년생)가 대표 이사, 장웨(張悅·1980년생)·리메이위(李美玉·1991년생)가 사내 이사, 샤쉐(夏雪·1990년생)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장웨·리메이위·샤쉐는 모두 중국 국적자로 인민망 한국대표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설립 때부터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1가 25 한국프레스센터 빌딩 9층 사무실을 사용하다 지난해 1월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6층으로 이전하였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건물이다.

온라인 취업 정보 기업 ㈜사람인에이치알의 ㈜피플닷컴코리아 기업 정보 중 재무 현황 | 화면 캡처

경영 면에서 피플닷컴 코리아는 부실기업의 전형이다. 지속적으로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매출액은 9억 6715만 원(2016년) 12억 7397만 원(2017년) 10억 3310만원(2018년), 8억 4938만 원(2019년)을 기록하고 있다. 당기 순이익은 –2억 7654만 원(2016년), -1억 1734만 원(2017년), -5억 2935만 원(2018년), -7억 2504만 원(2019년)으로 매년 손실액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영업 손실 기록… 강원도 차이나타운 투자도

반면 증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자기 자본금은 늘어나고 있다. 2011년 설립 시 13억 1800만 원이던 자본금은 29억 2735만 원(2016년), 29억 7678만원(2017년), 33억 3644만 원(2018년), 45억 1904만 원(2019년)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1월과 6월 두 차례 증자를 통하여 자본금은 47억 7529만 원(1월), 55억 9618만 원(6월)으로 늘어났다. 이는 2019년 12월 6일 베이징 인민망 본사에서 론칭한 중국복합문화타운(차이나타운) 건설 사업과 관련 있어 보인다.

더 벨의 ㈜코오롱글로벌 기업 분석 리포트에 의하면, 개발 법인인 라비에벨 중국복합문화타운 임원진에는 이근형 코오롱글로벌 라비에벨사업팀 이사,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이사, 박창범 전 사단법인 대한우슈협회 회장과 더불어 2021년 4월 저우위보 피플닷컴 코리아 대표가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즉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증자를 했다 해석할 수 있다.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재무 상태와 더불어 피플닷컴 코리아가 법인 등기부에 기재한 법인 목적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목적만을 두고 볼 때 언론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11년 법인 설립 등기 시 ▲부가 통신 서비스 ▲인터넷 정보 서비스 등 두 가지 항목이던 목적 업무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추가·변경돼 2021년 현재 22개 항목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광고 디자인·제작, 유포, 대행 ▲컴퓨터 소프트웨어·주변기기 개발, 판매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 개발, 자문, 서비스 ▲인터넷 웹 관련 기술 개발 ▲전시 및 문화교류 활동 개최, 회의 서비스 ▲홍보 기획 및 컨설팅 ▲번역 서비스 ▲문화 공연 티켓 판매 ▲생활용품 판매 ▲의류·전자상품 수출입 ▲여행 ▲촬영 장비 및 스튜디오 임대 ▲중국어 및 한국어 인터넷 교육 ▲경영 컨설팅 ▲국제회의 기획 ▲기타 행사 기획 및 대행 서비스 ▲전자상거래 ▲유학 서비스 ▲밸브류 제조 ▲밸브류 수출을 명시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대목은 밸브류 제조·수출 업무다. 기본적으로 미디어 기업인 피플닷컴 코리아가 공산품 제조·수출을 명시한 것이다.

피플닷컴 코리아의 법인등기부 등본 | 에포크타임스

“법인 등기부는 등본·재무제표상 전형적인 유령회사”

피플닷컴 코리아의 법인 등기부 등본과 재무 내역을 확인한 한 세무사는 “영리 행위를 하는 법인이라 판단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유령회사이다. 쉽게 말해 직원 4명이 매년 100만 원 벌어서 200만 원 쓰는 꼴이다. 이런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세무사는 “보통 외국 법인이 한국에서 영리 행위를 하려면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형식을 취한다. 피플닷컴 코리아는 주식회사 형태인데, 수익 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업종은 수십 가지를 나열한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이건 누가 봐도 다른 목적을 지닌 회사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연간 매출액에 비하여 형식적인 자본금도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인 등기상 사업 목적란에 미디어와 관련 없는 밸브류 제조·수출을 명기한 것에 대해서도 이 세무사는 “제조업과 수출입업이 명시되면 움직일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커진다. 외국환관리법의 제약도 덜 받는다. 산업자본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제약이 없거나 덜하다. 외국환관리법의 적용을 받으면 1만 달러만 넘어도 자금 출처·용처 등 소명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진출 10년 차를 맞이한 인민망 한국대표처(피플닷컴 코리아)와 저우위보 대표의 행적은 파고들수록 물음표를 더한다.

인민망이 매년 막대한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한국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우위보는 학자 출신 언론인인가. 자국(自國)의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로비스트이자 스파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