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여성에 ‘새 삶’ 찾아주고 주례까지 선 교수님

이서현
2021년 03월 07일 오전 9:5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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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식도가 없이 태어나 24년간 한 번도 음식을 넘겨본 적이 없는 오미경 씨.

그는 식사 시간이면 밥상 앞에 앉아서 음식을 입으로 씹어 맛만 보고서 뱉어냈다.

그런 딸을 보는 부모님은 모래알 같은 밥을 넘겼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에는 지난해 2월 미경 씨의 사연이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2007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방송됐던 내용이었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침조차 삼킬 수 없던 미경 씨는 4시간에 한 번씩 위와 연결된 관으로 음식물을 주입했다.

또 생살을 찢어 관을 연결한 부위도 수시로 소독해야 했다.

24년간 해 온 일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볼 때마다 시렸다.

한 번도 배불리 먹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힘든 상황에서도 구청에 근무 중이던 미경 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직원이었다.

점심시간이면 집에서 싸 온 우유와 주사기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짧은 식사를 마쳤다.

그 시간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미경 씨의 아버지는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점심을 굶었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음식을 아삭아삭 씹고 삼키는 소리가 제일 부러우면서도 불편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미경 씨는 어릴 적 수술을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위험한 고비를 많이 넘겼다.

가족은 병원 치료에 대한 희망을 쉽게 품지 못했다.

제작진은 두려워하는 가족을 설득해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을 찾았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다양한 검사가 이뤄졌고, 총 5과의 의료진이 모여 회의가 진행됐다.

전 교수는 가슴 졸이는 가족에게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희망을 품게 된 미경 씨는 아버지의 마른 얼굴을 손으로 쓸어보며 안타까워했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아버지는 “너를 두고 나만 먹냐. 그래도 딸이 걸려서 먹을 수가 있나”라고 했고, 미경 씨는 “이제 같이 먹으면 되죠”라고 말했다.

그제야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방송 후 미경 씨는 성모병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9시간에 거쳐 위를 상체로 끌어올리는 대수술을 받았다.

평생 미경 씨의 수족이 되어온 부모님은 “큰 고통을 줘서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경 씨의 결혼식 주례 약속을 지킨 전해명 교수 | SNS

특히 미경 씨의 담당 의사였던 외과 전해명 교수는 치료기간 내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 교수는 퇴원하는 미경 씨에게 “결혼식 주례도 흔쾌히 맡아 줄 테니, 결혼하고 아기도 낳을 때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라”며 응원을 보냈다.

실제로 그는 9년 후 미경 씨의 결혼식 주례를 맡으며 당시의 약속을 지켰다.

수술 후 건강을 되찾은 미경 씨는 충청북도 모 대학사회복지과를 졸업한 후 현재 평범한 전업주부의 삶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경 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의느님이네요” “잘 버틴 여성분과 가족도 정말 대단하시다” “진짜 은인”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ㅠㅠ” “아버지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게 느껴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