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800원으로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던 24살 청년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실수로 타버리고 길을 잃는 사람들이 과거에는 참 많았다.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점점 그런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버스 정류장 노선도에 붙기 시작한 화살표 스티커 덕분이었다.

“이 버스는 이쪽으로, 저 버스는 저쪽으로 갑니다”라고 알려주는 화살표 스티커 덕분에 사람들은 목적지에 맞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었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던 화살표 스티커를 붙인 이는 사실 버스회사 관계자나 공무원이 아니었다.
한 대학생이 혼자서 시작한 일이었다.
지난 2011년, 당시 스물네 살 대학생이었던 이민호 씨는 버스를 잘못 타고 학교에 지각하는 일을 몇 차례 겪었다.

“버스 노선도에 방향이 제대로 표시되기만 해도 사람들이 버스를 잘못 타는 불편이 훨씬 줄어들 텐데…”
이같은 생각에 시청에 몇 번 민원도 넣어봤지만, 별다른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민호 씨는 이에 직접 화살표 스티커를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문구점에서 파는 빨간색 화살표 스티커는 800원이었다. 800원짜리 스티커를 사다가 틈틈이 정류장을 돌며 붙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사비를 더 들여 품질이 더 좋은 스티커를 사서 붙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시작한 화살표 스티커 붙이기는 서울 시내 곳곳으로 퍼졌다.
2013년 기준 서울의 6,500여 곳 버스 정류장 중 3,500곳에 민호 씨의 스티커가 붙었다.
이같은 민호 씨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대대적으로 서울시 전체 정류장의 노선도 개편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