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구해준 아저씨가 세상 떠나자 12시간 걸어 장례식장 찾아온 야생 코끼리들

황효정
2020년 07월 03일 오후 12:3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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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구해준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 걸까. 코끼리들이 사람 장례식에 나타났다.

최근 외신 굿타임즈(Good Times)는 생명을 구해준 남성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가 남성이 세상을 떠나자 함께 슬퍼한 코끼리들의 사연을 전했다.

얼마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환경운동가 로렌스 앤서니(Lorence Anthony)가 세상을 떠났다.

페이스북 ‘Fan of Lawrence Anthony : The Elephant Whisperer’

로렌스 앤서니는 생전 야생동물 보호가로도 활동한 인물이다.

지난 1999년, 앤서니는 밀렵꾼의 공격을 피해 서식지를 이탈한 야생 코끼리 무리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지 국립공원 관계자는 코끼리들이 민가로 내려가 사람들을 해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Fan of Lawrence Anthony : The Elephant Whisperer’

앤서니는 이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코끼리들을 입양했다.

모금을 진행해 기금을 마련하고,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코끼리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코끼리들을 데려와 직접 돌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사람을 경계하던 코끼리들은 앤서니의 보살핌 아래 점차 달라졌다.

녀석들은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치기도 하고, 반려동물처럼 애교를 부리기도 하면서 앤서니에게 마음을 열었다.

페이스북 ‘Fan of Lawrence Anthony : The Elephant Whisperer’

10여 년이 흘렀고 어느새 노년에 접어든 앤서니는 얼마 전 숨을 거두었다.

가족들은 앤서니의 자택 인근에서 조촐히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이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저 멀리 들판에서 코끼리들이 줄지어 앤서니의 집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윽고 코끼리 20여 마리는 앤서니의 집 앞에 나란히 섰다. 그러더니 긴 코를 하늘로 들어 올려 울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Fan of Lawrence Anthony : The Elephant Whisperer’

앤서니의 아내는 “그동안 코끼리들은 자기 보금자리를 벗어난 일이 거의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코끼리들의 보금자리로부터 앤서니의 집까지는 12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누구도 코끼리들에게 앤서니의 죽음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앤서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문한 것 같은 코끼리들의 모습은 가족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앤서니가 생전 운영하던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코끼리들이 어떻게 앤서니의 죽음을 알아차렸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적과도 같다며 감동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