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집단으로 발병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유치원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원생들이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환자는 100명까지 불어났고, 유치원은 30일까지 폐쇄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입원치료를 받는 20여 명 중 14명은 신장 기능의 영구적 손상이 우려되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증세를 보였다.
신장 기능 등이 나빠진 5명은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요독성용혈증후군은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로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식품을 통해 감염된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고 어린이 수십 명이 HUS에 집단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햄버거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투석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망가지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증상이 심해 투석 치료를 받는 피해 아동의 가족이 ‘안산 소재 유치원 햄버거병 발병사고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도움을 호소했다.
피해 아동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글쓴이는 유치원 측이 역학조사를 위해 일정기간 보관해야 하는 재료를 이미 폐기한 것에 분노했다.
이어 “사고의 인과 관계를 밝혀줄 핵심 자료가 없어졌다. 증거인멸과 무엇인 다른가”라며 “역학조사를 위해 일정기간 보관해야 하는 음식재료를 폐기해 과태료 50만원 처분받은 것이 전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가족은 유치원 측에 이를 밝히고 다른 부모님들께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치원 측이 이를 묵살한 채, 운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글쓴이는 “바로 진상 조사를 하고 등원중지 처리를 했더라면 가족간 감염 등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글쓴이는 상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며 몇 장의 사진을 첨부했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유치원은 2년 전 수억 원의 회계 부실로 시정명령을 받은 이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25일에는 이 유치원의 비리를 파헤쳐 달라는 국민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햄버거병 유발시킨 2년 전에도 비리 감사 걸린 유치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분노가 치민다. 어떤 상한 음식을 먹여야 멀쩡한 아이 몸에 투석까지 하는 일이 발생할까”라며 분노했다.
이어 “이 유치원은 18년도에도 식사 등 교육목적 외 사용으로 총 8400만원, 2억900여만원을 교육과 무관한 개인경비로 사용한 이력으로 감사에 걸린 적이 있다. 이런 유치원이 과연 이번에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였을까”라고 적었다.
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치원은 아파트 앞에서 주마다 열리는 장날 음식을 의심했다. 유치원 원장은 앞에서는 용서를 구하지만 이런 식으로 책임회피, 책임전가 할 구실만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우리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뿐인데, 지금 아이들은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있다”라며 “엄마가 미안하다…너를 그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후회로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원생들이 단체 급식을 통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