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중학교 동창에게 1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서현
2020년 03월 04일 오전 11:09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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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랜만이다”

4살짜리 딸과 함께 카페에 들른 A씨에게 누군가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동창이라며 중학교 때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민망할까봐 A씨는 오랜만이라며 반가운 척을 했다.

친구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나갔다가 오더니 A씨 딸에게 예쁜 봉투 하나를 건넸다.

별거 아니라는 말에 뜯어보지도 못하고 일단 받았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pixabay

친구는 디자인 회사 사장이라는 직함이 박힌 명함을 건네주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집에 와서 봉투를 확인하니 5만 원짜리 20장이 들어 있었다.

놀란 A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결혼한 것도, 아이를 낳은 것도 몰랐다”라며 “축의금으로 생각하고 받아달라”고 말했다.

A씨는 “중학교 시절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이렇게 큰돈을 받을 만큼 우리가 친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기억 못 해서 미안하다”라며 돈을 돌려줄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수화기 너머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고 다시 사과하는 A씨에게 그것 때문이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13년 만에 만났는데도 넌 여전히 착하고 다정하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KBS2 ‘후아유-학교 2015’

친구가 털어놓은 중학교 때 이야기는 이랬다.

A씨와 친구는 같은 중학교를 나왔지만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었다.

친구는 중학교 2학년 때 이유 없는 따돌림으로 무척 힘들어했다.

그런데 급식실에서 A씨가 주변 친구들이 밥을 다 먹고 떠나는데도 항상 친구 앞에서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친구는 그 시절 그게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KBS2 ‘후아유-학교 2015’

그제야 A씨도 중학교 때 친구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당시 도서실 위원이었던 친구는 A씨가 도서실에 갈 때마다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추천해줬다.

맘속으로 좋게 생각하고 있던 차, 친구가 혼자 밥 먹는 걸 보게 됐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라 말도 못 걸고 그저 친구 앞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마음을 표시했던 것.

A씨는 친구에게 생각이 난다는 말과 함께 이름도, 얼굴도 달라서 못 알아봤다며 사과했다.

친구는 중학교 시절이 힘들어서 고등학교 올라가서 개명했다는 사실과 함께 도둑 누명을 썼을 때도 A씨가 자기를 도와줬었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SBS ‘야왕’

단 한 순간도 A씨를 잊은 적도 없고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살았다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A씨를 끌어안고 펑펑 울고 싶었다고도 했다.

A씨는 최근 이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친구에게 받은 돈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친구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라며 “그 친구 아직 미혼인데 나중에 결혼할 때 좀 더 보태서 축의금으로 내는 게 좋을까요”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기쁘게 받고 인연 계속 이어가세요” “힘들 때 옆에 있어 준 사람은 평생의 온기가 되어줍니다” “역시 자신이 한 일은 자신에게 다시 되돌아오는구나” “그 친구분 입장이었던 적이 있어서 눈물 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