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원인불명의 소리로 인한 건강 악화를 호소한 데 이어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미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 주재 총영사관 근무자 2명이 알 수 없는 소리 때문에 외상성 뇌손상 증세를 보여 본국으로 대피했고, 지난달 31일부터 미국 국무부에서 미 의료팀을 광저우에 파견해 총영사관의 외교관 및 직원 170명의 건상 상태를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영사관 직원들은 지난봄부터 이상한 소음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지난 5월 한 직원이 뇌진탕 또는 가벼운 뇌손상과 비슷한 증세를 나타낸 데 이어 이달 들어 또 다른 직원과 아내, 두 자녀가 신경계 손상 증세를 보였다.
국무부 대변인은 “왜 이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영사관 직원 외에도) 많은 사람이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광저우 영사관 직원들의 증상은 쿠바 주재 미 대사관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증세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기관 간 협력 체계를 발동시켜 밝혀지지 않은 (해외 거주) 미국인의 건강 문제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에는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주로 집에서 이상한 소음에 시달려, 그중 24명이 두통, 구역질, 청력감소, 인지력 저하 등의 증세를 나타냈다. 미연방수사국이 쿠바에서 음파 공격과 관련한 조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이 음파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해 물질이나 순간 해로운 소리를 발생시키는 청취 장치의 가동, 혹은 집단적인 불안감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 정부는 중국에 체류하는 미국인에게 건강경보를 발령했고, 국무부도 다른 지역 미국 대사관‧영사관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해 해외에 주둔하는 정부 요원과 가족의 건강 문제를 조사하는 보건위생팀을 새로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