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최근 군수공장을 돌아보며 무기 생산을 독려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까지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여정은 17일 “우리 무기는 수출용이 아니라 대남공격용”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떤 무기를 북한에서 도입하려 할까.
◇ 김여정은 아니라지만…우리 정부 “北의 대러 무기 수출 백일하에 드러났다”
김여정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무기들이 대러 수출용이라는 낭설로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는 데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면서 “착견과 허구로 엮어진 ‘조러(북러) 무기 거래설’은 그 어떤 평가나 해석을 달만한 가치도 없는 가장 황당한 억설이다. 우리는 우리의 군사 기술력을 그 어디에도 수출 또는 공개할 의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여정은 “최근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의 전술무기는 오직 한 가지 사명을 위하여 빚어진 것들”이라며 “그것은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최근 김정은이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한 뒤 대남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것은 대러 무기 수출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분석을 내놨던 통일부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여정의 담화를 반박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 거래가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부인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스스로도 불법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며 국제사회 규범을 훼손하는 불법적인 행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또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러시아와의 불법적 군사협력을 지속하면서 이를 후안무치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을 규탄한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한의 불법 행위에 분명한 대가가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은, 5월 들어 여러 무기공장 현지지도…대러 무기 수출 위한 움직임
김정은은 이달 들어 다양한 무기체계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생산을 독려했다. 지난 10일에는 240mm 방사포(로켓 추진 포탄)에 유도 기능을 추가한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다. 이어 11~12일에는 제2경제위원회(군수산업 관리부서) 산하 공장들을 찾아 방사포 발사대 차량을 직접 몰았다. 14일에는 미사일 연합부대를 찾아 새로 배치한다는 신형전술유도무기(화성-11라)를 점검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14일 신형전술유도무기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의 올해 상반기 생산 실적에 큰 만족을 표시했다. 김정은은 “2024년도 군수생산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는 것으로써 우리 군대의 전쟁 준비에서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화성-11 라’의 4연장 발사대를 탑재한 차량 수십 대가 보인다. 올해 상반기 생산한 신형전술유도무기는 북한군 서부작전집단의 화력습격연합부대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 러, 신형 240mm 방사포, 600mm 초대형 방사포 등에 눈독 들이는 듯
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수출한 무기는 122mm 방사포와 152mm 포탄, 240mm 방사포 및 발사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KN-23(화성-11가, 북한판 이스칸데르)과 KN-24(화성-11나,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122mm 방사포와 152mm 포탄은 전투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위력이 미사일에 비해 떨어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40mm 방사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다량 사용했다는 소식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0일 김정은이 시험발사 참관을 했던 신형 240mm 유도 방사포는 러시아군에 필요한 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24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40km가량이다. 사거리 연장포탄을 쓰면 60km까지 늘어난다. 일반적인 자주포보다 사거리가 길다. 그럼에도 방사포가 자주포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확도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유도 장치를 장착한 240mm 방사포를 선보인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5개월 전 러시아에 240mm 방사포 생산 설비를 보냈다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2월 “열차와 화물선을 통해 240mm 방사포 포탄 및 발사대 생산 설비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설비는 구형 240mm 방사포로 추정된다. 그런데 신형 240mm 방사포 유도장치가 ‘모듈형’일 경우 여기에 장착할 수 있다. 즉 러시아는 정확도가 훨씬 높은 240mm 방사포를 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러시아가 사용할 무기 가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에는 큰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미사일보다는 싸지만 기존 포탄보다는 비싼 상품을 판매하는 게 된다.
초대형 방사포 KN-25의 러시아 수출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제기된 것도 우려된다. 지난해 9월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KN-25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2023년 여름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하이마스’는 러시아군 탄약고와 지휘소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러시아가 여기에 대응하려 사거리 380km, 비행속도 마하 6.5에 달하는 KN-25를 도입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서 미사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하고 생산하기 수월한 방사포가 더 매력적이다. 여기에 유도장치까지 붙어 있다면 미사일을 대신해 사용하기 좋다.
언론들 또한 러시아가 KN-25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련 보도도 나왔다. 지난 4월 22일 북한이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했을 때 러시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TV>에 “(러시아 대표단의) 비밀 방북으로, 군사협력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의 시험 발사는 도발 목적이 아닌, 대표단 참관하의 선전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3월 19일에는 신원식 국방장관이 전날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두고 “러시아 수출 전의 최종 성능시험”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 김정은이 자랑한 신형전술유도무기, 우크라 전장 투입되면 피해 커질 것
신형 방사포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최근 현지지도 한 무기 가운데 ‘화성-11라’도 문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축소한 ‘화성-11라’는 사거리가 110km로 다른 단거리탄도미사일보다 짧은 반면 비행고도가 20km 내외로 낮다는 게 특징이다. 시험발사를 통해 드러난 궤적과 성능은 우리 군이 사용 중인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무기) ‘우레’와 비슷하다.
비행 고도가 낮고 속도가 빠르면 현재 서방국가에서 사용 중인 요격체계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우리 군도 북한 ‘화성-11라’가 수도권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이를 전장에 투입하면 요격체계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KN-23과 KN-24 수십여 발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북한산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최소 20여 발 사용했다”고 밝혔다. KN-23과 KN-24를 사용한 공격으로 최소 24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설명했다.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와 북한의 움직임으로 볼 때 북한의 신형 240mm 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 ‘화성-11라’ 등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갈 경우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