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원인들

J.G. 콜린스
2022년 07월 06일 오후 8:16 업데이트: 2022년 07월 07일 오후 5:02
P

푸틴은 거들 뿐, 문제의 본질은 바이든의 대처 방식

뉴욕에서 지금까지, 올해 중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경제 뉴스는 40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맞서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노력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화석연료 규제 정책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비난을 받아왔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앞으로도 피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할, 언론이 외면하는 다른 원인도 존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바이든의 “물가 상승의 원흉은 푸틴”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그리고 상당량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터무니없이 비싼 비료 가격 상승을 유발했으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다른 원인도 있다. 언론들, 특히 경제 전문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는 몇 가지를 살펴봤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연준 보유자산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 연준의 대차대조표상 보유자산의 엄청난 성장이다.

연준은 시중의 비현금성 자산을 현금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제공해왔다. 자산을 사들일 돈은? 찍어내기만 하면 생긴다. 즉 연준은 마구 찍어낸 돈으로 동산, 주식, 그리고 어리석은 NFT(대체불가토큰, 가상화폐의 일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의 자산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연방준비제도 보유자산 연도별(2008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변동 추이 [단위 백만달러] | 연방준비제도 공식 웹사이트 화면캡처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2008년에 비해 10배 규모로 확대됐다. 그 방법은 크게 3가지 트랜치(tranche·분할 발행된 채권이나 증권)로 나뉜다.

◇ 2008년 가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연준 보유자산: 9050억달러→2조2천억달러, 2.4배 증가)

◇ 2012년 12월, 경기 둔화에 대비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대차대조표상 자산 확대(연준 보유자산: 2조9천억달러→4조천억달러로 1.5배 증가)

◇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 및 <미국구조계획법(ARP Act)> 등 재정 확대 정책에 따라 회복세에 접어든 경제에 1조9천억달러의 유동성 투입.

2008년 1조 달러 미만이었던 연준의 대차대조표상 보유자산은 2020년 3월 4조2천억 달러, 6월에는 7조2천억 달러로 급증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상 보유자산은 9조 달러(약 1경1520조원)에 근접한다.

연준은 2021년 이전까지는 은행이 맡긴 필수 예치금 이상의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했고, 인플레이션 억제가 잘 이뤄졌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관행을 유지하면서 남은 현금은 경제에 투입하지 않았다.

화폐금융론에서는 물가와 통화량(화폐수량)의 관계를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 QTM)’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물가는 통화량과 비례한다. 시중에 풀린 돈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른다.

이를 화폐수량 방정식 MV=PQ으로 나타낸다. M은 통화량, V는 통화유통속도, P는 물가, Q는 생산량이다. 일반적으로 V(통화유통속도)와 Q(생산량)는 잘 변하지 않아 상수로 친다. 따라서 물가는 통화량과 비례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고 Q(생산량)에 제동이 걸리면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필자는 과거 기고문에서 연준이 2008년부터 대차대조표를 무시하고 너무나도 많은 돈을 뿌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미국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성장세가 중공 바이러스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당초 도달했어야 할 수준을 밑돌다가 지난해 말에야 이전의 성장 궤도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GDP 성장이 꺾이지 않고 계속됐다면, 여분의 돈을 소모할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존재했을 것이다. 이 ‘상품과 서비스’는 앞서 살펴본 MV=PQ의 ‘Q(생산량)’에 해당한다.

통화량이 늘더라도 이를 소화할 상품과 서비스 공급이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 곡선이 완만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2021년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대란이 발생했다. 작년 3월 유럽중앙은행 경제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류비용은 작년 하반기까지 대폭 상승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한 물류 차질 속에서 유럽과 미국의 항구들이 정체돼 있고, 무역의 불균형한 회복세 때문에 몇몇 항구에는 빈 컨테이너선이 남아 있다”고 했다.

컨테이너가 제때 반출되지 못하면, 임대·운송 비용에 보관 비용과 연체료까지 늘어난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부메랑이 된 미국의 대러시아 달러 무기화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매력은 통화가치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달러 초강세, 소위 ‘킹 달러’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상품, 특히 수입품 구매력을 상승시킨다.

달러가 강한 이유는 미국의 시장 규모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그 신뢰의 원동력은 튼튼한 법치주의 준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달러를 무기화하자 미국에 대한 외국 중앙은행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

많은 경제 주체들이 달러화 자산을 매각했고 지난 3월에 시작된 이 추세는 4월에 더 빨라졌다. 이는 미국에 거슬린다면 러시아가 당한 제재를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의 외환보유고 | 화면 캡처

달러화 자산 매각은 달러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렸고, 이는 달러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줬다.

미국은 이전에도 여러 분쟁에 개입해 경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통화를 파괴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미국은 나치에 대항하기 위해 달러를 무기화하진 않았다.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정책 조언

미국은 연준의 보유자산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인식하고, 상품과 서비스가 정체된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들인 미국 국채와 모기지유동화채권(MBS)을 매각해,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아울러 공급망을 더욱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 특히 화석연료는 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 물론 미국에서 만들 경우 수익성이 거의 없는 일부 공산품은 외국산을 수입하자.

태평양 연안에 항구와 항만 시설을 더 건설해야 하고, 화물트럭 업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가철도와 항만 운영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

화물트럭 운전사들을 서부에서 동부까지 횡단시킬 일이 아니다. 왕복 8시간 정도의 운송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서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경제적 전쟁을 위해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끌어들여 특정국에 통화 제재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루블화를 통화 제재 대상으로 삼았고 비참하게 실패했다.

루블화 가치는 2월 중순~4월 중순 잠시 하락하긴 했지만, 이후 회복하며 현재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의 달러대비 가치 추세 | 야후 파이낸스

미국은 그 전략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가 지적했듯,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경제 공세가 세계 경제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해결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평화를 되찾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 전쟁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극복한 경험이 있지만, 주의를 늦춰선 안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주 하는 “나는 당신의 고통을 느낀다”는 상투적 표현은 새 자동차 구매를 위해 자녀의 치과 진료를 미뤄야 할 상황에 놓인 많은 미국인 가정에 실질적인 위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인은 동정이 아닌 도움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책 결정권자들은 지난 몇 년간 해 온 것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난 실수를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