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아 헤메던 엄마가 44년 만에 미국에 입양된 딸을 찾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입국이 어려워서 모녀는 화상으로 먼저 만났다.
초조하게 화면을 바라보던 엄마와 오빠, 그리고 쌍둥이 언니 눈에 쉼 없이 눈물이 흘렀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어머니 이응순(78)씨와 딸 윤상희(47)씨, 아들 윤상명(51)씨는 모니터를 통해 미국 버몬트주에 거주하는 쌍둥이 동생 윤상애(47)씨를 만났다.
1976년 6월 당시 세 살이었던 상애씨는 외할머니와 함께 남대문 시장으로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가족들은 그날 이후 상애씨를 찾기 위해 모든 걸 다 했다.

남대문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고 통금시간을 꽉 채워가며 아이를 찾는다는 전단을 붙이고 돌아다녔다.
서울에 있는 보육원은 다 찾아다녔다.
기독교방송 라디오와 한국일보에 사연을 올렸고,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가족들은 상애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남대문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한복집을, 오빠는 복권방을 열었다.
이씨는 “널 잃어버린 곳에서 뱅뱅 돌며 장사 했다. 지나가는 아이마다 너인가 아닌가 쳐다봤다”며 “하루라도 널 잊은 날이 없다”고 말했다.
상애씨는 통역을 통해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에 버려졌다고 들었다”며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쌍둥이 언니와 오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답했다.

가족들은 “수원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서울에서만 찾았다”며 “우리는 절대 널 버린 게 아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는 “아버지는 잃어버린 딸을 그리며 술만 마시다 병으로 돌아가셨다”며 “우린 절대 동생을 버린 게 아니다. 여전히 호적도 이름이 남아있다”며 주민등록등본도 들어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상애씨는 실종 6개월 뒤인 1976년 12월 ‘문성애’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입양됐다.

그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 시민단체를 통해 2016년 국내에 입국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이씨도 딸을 찾겠다며 2017년 경찰서를 찾아 유전자를 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사람이 친자관계일 수 있다고 감정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두 사람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상애씨가 다시 한국에 와야 해 최종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부터 경찰청과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이 합동해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확대하며 기회가 생겼다.
이 제도로 재외공관은 한인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경찰청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상애씨는 미국 보스턴 총영사관에서의 검사를 통해 이씨와의 친자관계를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재외공관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친자관계를 확인한 첫 사례다.
경찰은 현재 14개국 재외공관 34곳에서 친자관계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