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치킨 개발한 할아버지가 특허 등록 못 한 가슴 아픈 이유

황효정
2020년 08월 28일 오전 10:1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3
P

세계 최초로 양념치킨을 개발한 할아버지가 자기 밑에서 일하던 직원에게 특허권을 뺏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26일 ‘이거 누가 만들었지?’ 특집으로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세계 최초로 양념치킨을 발명한 양념치킨 창시자, 윤종계 할아버지가 출연했다.

프라이드 치킨만 존재하던 세상에 양념치킨을 만들어 전 세계인을 “반반이요” 하고 외치게 만든 장본인, 윤종계 할아버지.

성함에도 ‘계’가 들어가는 ‘치버지’ 윤종계 할아버지는 이날 방송에서 어떻게 양념치킨을 만들게 됐는지를 이야기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수십 년 전, 2평 남짓의 작은 통닭 가게를 운영하던 할아버지는 시간이 지나면 퍽퍽해지는 통닭을 어떻게 하면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김치를 떠올렸다. 소금에 절여서 붉은 양념을 묻혀 만드는 김치의 원리를 치킨에도 적용해보자고 결심한 것.

그렇게 반년이 넘도록 매일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먹어보고, 실패를 반복하며 양념 개발을 시도했지만 어딘가 맛이 아쉬웠는데,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가 툭 조언을 던졌다.

“물엿 한 번 넣어봐!”

윤종계 할아버지는 “물엿을 딱 넣으니까 맛이 살아나요, 아 이거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980년, 윤종계 할아버지는 양념 통닭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치킨 무도 개발해서 함께 상에 올렸다.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두 평 남짓 작은 가게에 날마다 손님 수백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가게 이름도 바꾸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맥시칸 양념통닭이 할아버지가 세운 가게다.

멕시코와 관련 있는 이름은 아니고, 맵고 시고 달콤하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멕’이 아니고 ‘맥’인 이유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던 프로그램 진행자 유재석과 조세호는 양념치킨 로열티나 특허가 없는지를 물었다.

윤종계 할아버지는 “그 당시에는 양념이니까, 특허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그러다 내 밑에 직원이 나가서 몰래 특허를 냈다”고 대답했다.

뒤늦게 알게 된 청천벽력 같은 소식. 직원이 양념에 대한 특허를 쥐고 있기에 양념치킨을 더는 못 만든다는 가처분 신청까지 받게 됐다.

할아버지는 “가처분 신청을 받고 보니 그 직원이었다”고 말했고, 유재석은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 조세호는 “그러면 특허가 다른 분한테 있는 거냐”고 질문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윤종계 할아버지는 “당시 특허청에 자문해 보니, 명백히 직원이 신청했고 증명할 자료도 충분해서 3개월 내 입증하면 형사 처벌과 특허 출원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 길로 증명 서류를 들고 신고할 수도 있었지만, 윤종계 할아버지는 형사 처벌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직원을 직접 찾아갔다.

“특허를 포기하면 나도 처벌을 하지 않겠다”

직원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윤종계 할아버지는 그 길로 특허 신청을 포기하게 됐고, 직원도 특허를 포기하면서 그때부터 모두의 양념이 됐다.

실제 대법원까지 간 소송의 최종 판결에 따르면, 양념치킨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윤종계 할아버지며 그 밑에서 일하다 나와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를 차린 직원이 패소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세월이 많이 흘러 이미 현재 시점에서는 윤종계 할아버지가 특허를 낼 수 없는 상황.

유재석은 “만약 특허권이 살아 있다면 양념치킨에 대한 로열티가 인정되는 거냐”고 물었고, 윤종계 할아버지는 “아유, 그랬으면 땅에 흙 묻히고 댕기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 세계 양념치킨의 로열티를 받고 날아다녔을 ‘치버지’ 윤종계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러나 “아깝지 않다”고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저는 아까운 게 아니고, 단지 우리나라에 한 축을 했다.

제가 일을 시작할 때는 닭 백정이라고, 상놈들이나 하는 거라고 양계 일을 천한 직업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지요.

지금은 양계 일 하다 도망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이걸 해 가지고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니까”

대구의 두 평 남짓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양념치킨은 오늘날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비록 특허 출원은 하지 못했을지라도, 윤종계 할아버지는 무수히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