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한 극장이 미국 공연그룹 ‘션윈(Shenyun)’ 공연장 대관을 갑자기 취소해 중국 공산당의 압력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션윈은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에 있는 오데온(Odeon) 뮤직앤시어터 홀에서 내년 4월 2일과 3일 이틀간 총 3회 공연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극장 측의 대관 취소로 공연이 무산됐다.
현지 기획사 측은 “계약서 최종 서명을 하루 앞두고 오데온 홀 측이 대관 취소를 이메일로 통보했다. 취소 사유로 ‘공연 예정일에 비즈니스 콘퍼런스가 잡혀 있었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기획사 측은 지난 2018년부터 극장 측과 접촉하며 공연 일정을 조율해 왔으며, 지난 10월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뒤 검토를 마치고 마지막 서명만 남겨둔 상태였다.
극장 측이 밝힌 취소 사유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덴마크 공영방송 TV2는 오데온 홀 직원이 현지 예술단체에 보낸 이메일을 입수해 4월 3일 극장 아무런 예약이 잡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비즈니스 콘퍼런스가 잡혀 있었다”는 극장 측 설명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해당 이메일은 덴마크 현지 예술단체가 오데온 홀 측에 대관 예약을 문의했다가 받은 답장으로 작성 일자가 션윈 대관 취소 통보 7일 뒤였다.
그 사이에 비즈니스 콘퍼런스가 취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기획사 측의 설명이다. 기획사 대변인은 “오데온 홀 측이 공연에 대한 내부검토 끝에 대관 취소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덴마크 주재 중국 대사관의 압력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는 비슷한 사건이 전에도 덴마크에서 반복됐기 때문이다.
앞서 또 다른 언론 보도에서는 코펜하겐 ‘덴마크 왕립극장’(Det Kongelige Teater)이 중국 정부 압력으로 션윈 공연을 취소했다는 내용의 내부 메일이 공개됐다
2016년에는 중국 대사관은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서 션윈 공연을 중단시키려 극장과 시청에 압력을 행사했지만,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덴마크 정치권에서도 오데온 홀 측의 대관 취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덴마크 의회 쇠렌 에스페르센(Søren Espersen) 의원은 “(이번 대관취소는) 덴마크 주재 중국 대사관의 괴롭힘과 압박”이라며 덴마크에서 션윈 공연에 대한 중국 정권의 간섭은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페닐 벤디센(Pernille Bendixen) 의원은 덴마크 정부에 오데온 홀 측의 대관 취소에 대한 조사와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오데온 홀 운영사인 벨링 홀딩 APS의 젠스 벨링 회장은 “극장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콘퍼런스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답변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공연그룹 션윈은 2006년 설립돼 이듬해부터 매년 중국고전무용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전통문화 부활을 표방하고 있다.
전반적인 공연계 불황 속에서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중국 공산당의 집중적인 교란 표적이 돼 왔다.
션윈이 세계 정상급 무대에 걸리자, 중국 공산당은 외교채널을 동원해 공연단원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과 방해를 비롯해 각국 정부와 공연장에 경제적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