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해외 침투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정부기관에 침투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워싱턴이 뒤늦게 경각심을 갖고 이에 대한 대처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는 12월 13일 공청회를 열고 이른바 ‘중국 공산당의 긴 팔(Long Arm of China)’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했다.
상편에서 주로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서 벌인 부정당한 수단을 서술했다면 하편에는 ‘소프트 파워’와 ‘샤프 파워(Sharp Power)’를 중심으로 중국 공산당의 전통 문화 파괴와 언론계에 끼친 해악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샤프 파워’로 격상된 ‘소프트 파워’
지난주 미국국가원조기금(NED)은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력을 중점적으로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NED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전제국가의 국제사회 침투가 ‘소프트 파워’에서 ‘샤프 파워’로 변질되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 과거 10년 간 중국이 해외 침투를 위해 사용한 자금이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을 미화시키기 위해 민주 국가의 자유와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를 악용하고 인적 교류, 문화 활동, 교육, 언론, 정보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민주 국가의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과거에는 줄곧 전제 정권의 ‘소프트 파워’로 여겨졌던 수법이 ‘샤프 파워’로 변모한 것이다. 샤프 파워란 목표국의 정치 및 정보 환경에 대한 침투를 가리키는 말로, 국가원조기금회는 중국이 해외에 침투한 정도가 ‘소프트 파워’라는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언론계, 싱크탱크와 정책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의 ‘샤프 파워’에서 비롯된 부정적 영향을 개념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 매체, 문화, 학술 등의 분야가 중국 공산당의 불온한 목적을 실행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민주사회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 학술 분야와 관련해서 본연의 흡인력을 발휘시키기보다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민주 국가의 정보를 왜곡하고 여론을 어지럽히는 이러한 행태는 국가 권력을 개인 권리에 적용시켜 자유 언론과 공개 변론, 독립 사상을 적대시하는 일로 이어졌다.
워싱턴 싱크탱크 프리덤 하우스 소속 중국문제 전문가 사라 쿡(Sarah Cook)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외 문화에 침투하는 두 가지 목적을 꼽았다. “첫째,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확립시키는 것. 둘째, 정치 비판을 억압시키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적인 협력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정책>은 중국 공산당이 올해 10월 개최한 회의에서 공산당 역할을 국제사회에서 확대하고 통일전선 전술을 앞세워 중국 공산당의 권력 ‘무기’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중국 공산당이 엄격한 사회 제재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국가들이 이러한 체계를 국가 발전의 본보기로 삼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정보 수집 이용해 미국에 공업전략 실행
미국 의회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11월 중순 미국 의회에 2017년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공업전략을 펼쳐 컴퓨터,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인공 지능 등 여러 영역에서 전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략은 중국의 제13차 5개년 계획과 ‘중국제조 2025’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정책이다.
USCC는 첨단 과학기술 영역의 선두 자리를 중국에게 위협 받고 있다면서 미국은 반드시 이러한 중국의 야심에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자금 투자는 미국에 가치 있는 자산, 지적재산권, 기술이 결국 중국으로 전이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며 국가 경제와 안보 이익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도 주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이어서 중국이 전 세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이미 미국의 오락 산업을 포함 대중 언론계에까지 뻗쳤다고 밝혔다. 현재 공산당은 국영 외국 주재 언론기관을 이용해 정보 수집과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 특파원 기자단을 확대해 해외 매스컴에서의 영향력을 신속하게 발휘하는 동시에 국외에 발표되는 언론 내용에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간섭해온 것이다. 이밖에도 할리우드와 미국 오락 산업계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수단을 통해 해외 매체가 적극적으로 중국을 선전하고 고무시키는 실정인 것이다.
미국국가원조기금이 인터뷰한 언론인들의 말에 따르면 중국 대사관은 종종 언론인들을 중국으로 초청하며 이러한 방식은 이미 형식적인 관례가 되어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몇몇 기자들은 학술계, 기업가, 학생이나 집권당, 고문단, 기금회와 관련된 고위층 경영자들의 대열에 합류해 중국 여행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열은 기업 본사, 자유무역경제 특구, 박물관, 대학교, 시 정부,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사, 중국 사회 과학원 등을 견학하며 중국 정치 및 경제와 관련된 중국 자체 패러다임의 장점을 주입 받는다. 이 과정에서 톈안먼(天安門), 파룬궁(法輪功), 서장(西藏), 중국 민주화 등 민감한 화두는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
공산당의 통제와 분리된 중국 전통문화 저지
미국 국가원조기금은 지금까지 중국이 대사관을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중국 전통 문화 활동을 저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중국 아르헨티나 대사관은 션윈(神韻) 예술단의 공연을 막기 위해 아르헨티나 문화부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했다.
아르헨티나의 션윈 공연 주최기관은 파룬따파(法輪大法) 학회다. 미국 국가원조기금은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에 가한 탄압에 비하면 션윈 공연에 대한 저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그동안 현지 지역 사회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다. 그 배후로 중국 대사관이 줄곧 지적된 바 있다.
중국 대사관은 모든 해외 주재 총무를 배후에서 개입하고 지역 사회에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중국 문화와 관련된 여러 영역은 사실상 공산당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이다.
중국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영향
중국 공산당이 호주에 끼치는 영향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호주 라트로브 대학(La Trobe University) 소속 제임스 레이볼드(James Leibold) 교수는 현재 중국은 독재국가로서 공산당의 강권 통치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아웃풋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는 중국의 영향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또 미국 컬럼비아 대학 중국 정치전문가 앤드류 나탄(Andrew Nathan)은 “우리는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에 있어 항쟁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비록 냉전(사회주의 진영 실패)에서는 승리했지만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지 역시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부단히 들인 공과 이에 대한 미국의 반격 간에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당국은 민주 세계의 약점을 파악한 뒤 비로소 대담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미국 정부기관들이 연합 구조를 맺어 공산당 정부와 관련된 정치 자금에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하나의 대응 방식이 될 수 있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정보와 자금을 통해 미국 대학에 가하는 공산당의 압박을 제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술 신용도도 높일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국외 영향력을 확대해 소프트 파워를 키우고자 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의 바람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기술, 억압, 경제적 유혹 등 여러 수단을 앞세워 미국이 앞서 맞닥뜨린 어떠한 국가의 침투보다 강력하게 미국 사회에 개입하고 있다.
미국 국가원조기금은 중국 공산당이 민주 제도의 개방성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 국가의 입장으로서 전제 국가와의 잦은 접촉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개방된 사회와 고의적으로 봉쇄된 사회 간의 교류는 평등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전제 정권은 근본적으로 규칙에 충실하지 않으며, 일인 체제가 통제하는 환경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서슴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침투에 대한 서방 국가들이 밝힌 입장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최근 이구동성으로 공산당의 침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호주 정부는 최근 방첩, 외국의 개입 등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미국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호주의 말콤 턴불 총리는 12월 9일 호주 내정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비판하며 중국어로 ‘호주 국민들은 일어나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 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드러낼 권한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최근 확인한 사례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의 법률을 혁신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수석 분석가 말콤 데이비스(Malcolm Davis) 박사는 중국 공산당이 호주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루트를 짜고 있다면서, 호주 내에서의 전략적 우세를 점유하고자 하는 데에는 호주와 미국 간 관계를 이간질해 중국과 가까워지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금융시보>는 뉴질랜드에서 연이어 발생한 간첩 사건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이 나날이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한 뉴질랜드 안보부문 책임자는 정부가 국가 안전 위협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총리는 브리핑을 통해 베이징의 내정 개입에 대한 근심을 드러냈다. 과거 1년 동안 공산당은 뉴질랜드에서 정부와 민영 기관 등 민감한 정보를 확보해 이민 사회에 부정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전 캐나다 안전정보국(CSIS) 마이클 쥬느(Michel Juneau-Katsuya)는 공산당의 캐나다에 대한 글로벌 전략적 의의가 미국, 영국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중국 공산당이 줄곧 정복을 시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일대 전략의 거점이면서 유럽과 미국을 잇는 중요한 가교이기 때문에 공산당 입장에서는 영원히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