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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션윈예술단은 5일 저녁 서울에서 두 번째 막을 올렸다. 아름다운 천상의 모습, 고전과 현대 중국 사회의 모습이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다시 태어났다.@김국환 |
연분홍 부채를 든 소녀들이 꽃을 표현할 땐 공연장에 정말 봄이 온 것 같았다. 부처의 손바닥 위에 핀 우담바라가 무대 위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살아나고 긴 소매 옷을 입은 여인들이 우아하게 발걸음을 떼자 관객은 숨소리를 죽였다. 서유기의 저팔계가 요괴의 꼬임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천상의 불도신이 근엄하게 수인을 하고 선녀들이 환상적인 춤을 선보이자 이번엔 나지막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션윈예술단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유니버설 아트센터 객석은 관객들이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며 또 다른 무대로 변했다.
잠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노년의 예술가는 막이 바뀔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무대, 막은 내렸지만 그는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다음날 한 번 더 공연을 보러 오고 싶다며 그는 말을 아꼈다. 별 기대 없이 왔는데 공연의 감동에 입을 떼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성악회재단 홍기옥 이사장이었다.
5일 저녁, 서울을 찾은 션윈예술단은 두 번째 막을 올렸다. 공연장에선 전날의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공연을 찾은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화홍오페라 김우경 단장(세종대 공연예술 아카데미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전날 혼자 공연장을 찾았던 김 단장은 “생애 처음이다. 공연 두 번 보러 온 것은.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국회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션윈 공연을 관람했다. 안 의원은 “지난번에도 봤지만 무용이 참 아름답고 깨끗하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해와 또 다른 내용을 다양하게 보여주니까 볼거리도 많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성악가가 부른 노래 가사가 인상 깊다며 “우리의 삶이 가상(假想)이고 허망한 것이라는 것, 하지만 대법의 길은 영원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은 이희재 화백과 공연장을 찾았다. 그는 “너무나 유려하고 부드럽고 세련됐다”며 공연에 심취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점프나 공중회전 동작이 서커스에서 나온 줄 알았는데 중국 전통무에서 유래했다는 건 몰랐다”며 놀라움을 나타나기도 했다.
산업디자인과 교수와 방송사 PD로도 활동하다 문학계에 등단한 임선준 시인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순수함이 곧 진리다. 그래서 누구한테나 통용되는 언어다. 각색되지 않고 꾸며지지 않은 션윈공연단은 너무 환상적이었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 속 배경이 그대로 무대 위에 펼쳐지는 모습이나 무용수의 손동작, 관절의 움직임이 매우 섬세하게 짜였다며 션윈의 무대 연출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션윈예술단이 평화의 대사, 평화의 전령사라며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순수성을 끄집어 냈다”고 덧붙였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의 가슴엔 소녀들이 만들었던 연분홍 꽃이 어느새 피어 있었다. 그리고 티베트 청년의 순수함과 뮬란의 효심, 삼장법사가 법을 구하는 마음과 제공 스님이 타인을 위하는 마음까지. 공연의 여운을 품은 많은 관객이 내년 션윈 내한공연도 꼭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션윈예술단 내한 공연은 오는 8일(일)까지 서울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한국 공연을 마친 션윈은 11일부터 일본 무대에 설 예정이다. (공연문의: 1644-1390, www.divine.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