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트럼프, 동아시아 질서에 새 국면 열다

2025년 11월 02일 오전 7:10
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제47차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기간 중, (왼쪽부터)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아누틴 태국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 서명식에 함께 참석하고 있다. | 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연합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제47차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기간 중, (왼쪽부터)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아누틴 태국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 서명식에 함께 참석하고 있다. | 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일간 아시아 순방은 “매우 의미 있는 여행”으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에 수조 달러의 이익을 가져왔다”고 강조했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과로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여는 데 있어 큰 걸음을 내디딘 점을 꼽았다.

이번 순방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전략 구상이 한층 구체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 체결을 직접 참관했다. 이는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이 동남아 국가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에 깊숙이 관여해 왔으나, 양국이 7월 24일부터 국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벌였을 때조차 중재에 실패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개입으로 양국은 휴전 세부 조항에 합의하고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캄보디아의 훈 마넷 총리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분쟁 중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때문이며, 따라서 미국의 존재를 동아시아 지역 안보 질서의 핵심 축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아세안(ASEAN)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이제 동남아 국가들은 단순히 “안보는 미국에 의존한다”는 수준을 넘어, 경제적으로도 미국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는 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불과 10개월 만에 동남아 지역에서의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확실한 선제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순방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기반을 마련한 중요한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희토류 공급망 재건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의 또 다른 핵심 성과는 동아시아 각국이 미국 주도의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재구축에 적극 동참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무기화하며 미국을 압박하자, 미국은 이에 맞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순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우선 10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와 각각 협정을 체결해 핵심광물 공급망의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약 161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지만, 자원 유출을 막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원광 형태의 희토류는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자국 내에서 가공과 제조 등 관련 산업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이번 협정으로 말레이시아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에 대해 금수 조치나 수출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합의했다.

한편, 미국과 태국 간 협력은 핵심 광물의 탐사와 채굴, 가공을 넘어, 앞으로 재활용과 재이용 분야에서도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0월 28일, 미국과 일본은 ‘핵심광물 및 희토류 공급안보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양국은 협정 발효 후 180일 이내에 광업·광물·금속 투자 관련 장관급 회의를 개최해 채굴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일본 경제산업상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미·일 핵심광물 공급안보 신속대응팀’을 신설해, 우선순위 광물과 공급망 취약성을 식별하고 신속한 조정·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과거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받은 바 있으나, 결국 중국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미·일 협력 강화는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중국의 자원 독점을 근본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10월 31일,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계산을 잘못했고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미국은 앞으로 2년 안에 희토류의 대체 공급원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련의 협정과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희토류와 핵심 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을 해체하고 새로운 동아시아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본격 착수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셋째, 미국과 일본이 ‘신(新)황금시대’를 개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새 총리가 10월 28일 첫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를 ‘신황금시대(New Golden Age)’로 진입시킬 것이라고 공동 선언했다. 두 정상은 이날 두 건의 협정에 서명하며, 미·일 동맹이 안보와 경제 전반에서 한층 강화될 것임을 천명했다.

일본 측은 미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핵심 광물, 조선 분야에 총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재확인했다. 또한 미국산 농산물 및 일반 상품의 수입 확대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국방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기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의 엄중한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조기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27 회계연도까지 방위비를 GDP의 2%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2025 회계연도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의 회담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전용기를 타고 항공모함을 함께 방문하는 등 돈독한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어떤 문제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본을 돕는 일이라면 우리는 항상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정치평론가 후쿠자와 조(福澤喬)는 “과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조정자 역할을 했던 인물은 아베 신조였다”며, “그는 한국과 인도를 아우르며 지역 질서를 안정시킨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트럼프는 다카이치가 아베의 역할을 계승할 인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일 동맹을 재정비하고 아시아 질서의 중심축으로 세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미·일 안보 협력은 미국이 ‘핵우산’과 작전지휘권을 제공하고, 일본은 기지 운영과 후방 지원 등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체제였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은 일본에 ‘방위 분담’을 요구했고, 일본은 이에 대응해 점차 ‘방위 자립(defense autonomy)’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번 ‘신황금시대’ 선언은 미·일 동맹의 역할이 방어적 협력에서 공동 안보 주체로 격상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다카이치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새로운 미·일 주도의 안보 아키텍처의 서막”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30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방산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반대해 왔으며, 미국이 동맹국에 관련 기술을 공유한 것은 1950년대 영국이 유일했다.

이후 2021년 미·영·호 3국이 체결한 오커스(AUKUS) 협정을 통해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길이 열렸지만, 미국이 직접 설계기술을 이전한 적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게시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은 우리 위대한 미국 땅,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에서 그들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다.
미국의 조선 산업은 곧 ‘대부흥(BIG COMEBACK)’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기대하라!”

이 조선소는 지난해 한국의 방산 대기업 한화그룹이 인수한 시설이다. 한화는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안보 전략이 동시에 작동한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인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직접적인 대북 억제 효과가 있다. 북한은 올해 3월 처음으로 자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실을 공개했으며, 트럼프의 결정은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둘째, 이는 중국에 대한 간접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동북아 해양 균형이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번 조치는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궤도 내에 더욱 공고히 묶어두는 외교적 승리로도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국방비를 증액해 미국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은 이러한 양국 간의 포괄적 합의의 일환으로 체결된 것이다.

맺음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취임 후 세 번째로 아시아를 방문해 아세안 국방장관 회의 시리즈(ADMM-Plus)에 참석했다.

10월 31일, 미국 국방부는 두 가지 중요한 성과를 발표했다.

① 미국과 필리핀이 새로운 합동특임대를 창설했다.
이 부대는 남중국해를 포함한 지역에서 양국 간 협력과 군사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한 전술 지원 수준을 넘어, 지역 전반의 전투 준비와 억제 능력을 향상시키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② 미국과 인도는 10년간의 국방협력 프레임워크 협정을 갱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과 인도 사이에 무역 갈등이 있긴 하지만, 양국의 군사적 유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보다 앞선 10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호주 총리와 85억 달러 규모의 희토류 및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오커스 협정’을 “전속력으로 추진(Full Steam Ahead)”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주도 아래 동아시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질서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으며, 그 결과 중국은 사방이 포위된 듯한 상황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