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실험실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안타까운 강아지 비글.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비글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6년 여름 경기도 남양주 한 유원지에 버려진 나리(7).
갈색 귀에는 일련의 숫자가, 곳곳엔 수술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리는 ‘실험용 비글’이었다.
실험자 중 누군가 나리를 안타깝게 여겨 데리고 나온 것 같았다.
나리는 수년간 실험을 당하고 버려진 뒤 유기견 보호소로 오게 됐다.
며칠만 지나면 안락사 될 위기였지만, 다행히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구조했다.
현재 나리는 밥도 잘 먹고 배변도 잘 가리며, 짖음도 적다.
비글은 실험견으로 사용되는 대표적 견종이다. 여기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사람을 유난히 잘 따르고 친화적이라 반복적 실험에도 저항이 덜하다는 것이다.
낙천적인 성격도 이유 중 하나이다.
안 좋은 것들을 빨리 잊기 때문이다.
개는 포유류 중 인간과 가장 흡사해 주로 실험동물로 쓰인다.
실험이 끝난 뒤 건강한 아이들은 내보내면 좋지만 대부분 안락사 된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최근 15년 동안 실험에 동원된 개 15만마리 중 구조된 것은 21마리에 불과하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1985년부터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동물실험을 피하는 3대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첫째는 대체(살아 있는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최대한 피하는 것),
둘째는 감소(동물실험을 할 경우 사용 개체 수 줄일 것),
셋째는 고통 완화다.
실험동물을 대체할 대안도 있다.
카데바 모형(수의 임상 실습용 인공개)이다.
정교하고 실제 개와 진짜 똑같으며, 수의사가 된 뒤 실습할 수 있다.
굳이 실험 동물을 데리고, 매스를 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행인 건 한국도 선진국의 움직임에 점차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는 실험 후 건강한 개체로 판명되고 회복한 동물은 일반인에게 분양 및 기증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